[김학중 목사의 시편] ‘그러니까’가 아닌 ‘그래도’를 소망하며
입력 2013-02-13 16:58
지난 1월 23일 개봉한 ‘7번방의 선물’이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서 역대 영화평점 1위(9.7점)를 기록했다. 비록 충무로의 ‘대세’ 류승룡이 주연을 맡긴 했지만, 개봉 당시 영화평론가들은 사실 이 작품에 상당히 박한 점수를 주었다. 네이버가 제시하는 이 작품에 대한 기자·평론가의 점수는 2월 10일 현재에도 6.58점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작품의 흥행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든 것은 영화평론가들로부터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은 CJ의 블록버스터 ‘베를린’이 불과 일주일도 안 된 1월 29일에 개봉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달랐다. 2월 8일 현재 ‘베를린’의 누적관객 수는 331만명을 넘은 반면 ‘7번방의 선물’은 527만명을 넘었다. 도대체 ‘7번방의 선물’의 무엇이 관객들의 마음을 그토록 사로잡은 것일까?
물론 이 작품의 흥행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다. 그런데 나는 그중에서도 ‘그래도 해답은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꼽고 싶다. 이 작품에서 억울하게 강간·살인 누명을 쓴 지적장애인 사형수와 그의 애교 넘치는 딸 사이의 절절한 사랑은 돌처럼 딱딱해진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킨다. 그들의 사랑은 교도소 7번방의 교활하고 흉악한 죄수들이 천진난만한 동심을 회복하도록 만들고,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았던 냉혈인간 보안과장까지 감동시킨다. 그래서 그들은 이 억울한 사형수를 구명하기 위해 백방으로 힘쓰지만, 정작 이 지적장애인을 변호하고 구해낼 최종 책임이 있는 경찰청장과 국선변호사, 그리고 법원의 판사는 결국 그를 사형으로 몰아간다. 그런데 아버지의 사랑을 가슴 속에 소중하게 간직한 딸은 세상에 대하여 분노하기보다 자신의 아버지처럼 억울하게 피눈물 흘리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사람이 된다.
최근 날마다 더욱 잔혹하고 각박해지는 사회를 회복시킬 방책을 놓고 치안당국과 법조인들뿐만 아니라 온 국민들이 고민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더욱 강력하고 엄중한 형벌을 통해 흉악범들을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한쪽에서는 오히려 범죄발생 위험이 높은 계층뿐만 아니라 흉악범들에 대해서도 더 많은 관심과 배려를 쏟아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논쟁은 최종적으로 사형제 존폐 논란으로 이어진다.
양쪽 다 분명한 명분과 실리가 있다. 하지만 역사는 공포와 두려움이 인간사회 속에 궁극적인 변화와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함을 가르친다. 가혹한 형벌과 보복은 끝없는 원한과 재보복의 악순환을 몰고 올 뿐이다. 오직 사랑만이 황폐한 인간의 마음속에 밝은 미래의 싹을 틔울 수가 있다.
하지만 이 사랑은 세계적인 위인들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린아이의 마음을 가진 무명인의 순수한 사랑만으로도 이 세상은 얼마든지 변할 수가 있다. 마치 등산가가 거기 산이 있기에 등산을 하듯, 순수한 사랑에는 ‘∼ 한다면’의 조건이 없다. 우리 모두 인과(因果)를 따지는 ‘그러니까’의 사랑이 아니라, 배신과 음모로 가득한 세상을 이겨내는 ‘그래도’의 사랑을 해보자.
<꿈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