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유승관 목사] 21세기 한국 교회의 시대적 사명과 과제 ①
입력 2013-02-13 10:41
“복음의 4세대” 사역의 실천: 차세대 영적 지도자들을 키우고 세워주어야 (上)
“또 네가 많은 증인 앞에서 내게 들은 바를 충성된 사람들에게 부탁하라. 그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으리라”(딤후 2:2)
최근 세계복음주의 세계선교를 이끌고 있는 국제로잔운동(The Lausanne Movement)의 수장(首長)이 새로 선임되었다. 2004년도 파타야대회이후 로잔운동을 이끌어온 덕 버드셀 총재의 후임으로서, 3월 1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신임 총재 겸 이사장(Executive Director/Chief Executive Officer)은 올해 만 41세의 한국계 미국인 마이클 오(한국명; 오영석)이다.
오 신임총재는 하버드대에서 석사(동아시아학)와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석사(과학), 박사(교육 및 인류학) 학위를 받았고, 시카고 트리니티 복음주의신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하였다. 일본 나고야 그리스도성서신학교(Christ Bible Seminary in Nagoya)의 설립 학장인 그는 2004년 태국 파타야포럼 때부터 로잔운동에 참여하였고, 2006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영(Young) 로잔대회(Lausanne’s Younger Leaders Gathering)를 계기로 차세대 지도자 그룹으로 부상되었다.
마이클 오 외에도 지난 2011년 미국 보스톤 고든 칼리지에서 열렸던 국제로잔지도자회의(The Lausanne Biennial Leadership Meeting)에서 아시아지역 담당 국제부총재(International Deputy Director)로 선임된 데이빗 로(한국명: 노경웅)도 한인 2세로서 로잔운동에 있어서 중요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로잔운동은 빌리 그래햄(billy Graham), 존 스토트(John Stott) 목사, 비숍 잭 데인(Bishop Jack Dain) 등 복음주의를 대표하는 리더십들의 주도로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제 1차 로잔대회(International Congress on World Evangelization)를 시작으로 1989년 제2차 마닐라대회, 2010년 제 3차 케이프타운대회에 이르기까지 약 40년동안 세계복음화를 위한 선교 신학 정립을 위한 싱크 탱크(Think Tank) 역할과 함께 세계선교의 흐름과 이에 대응하는 방향 설정과 장기 복합적인 전략을 수립 주도하는 복음주의 전도와 선교운동의 사령탑(Control Tower) 역할을 감당해오고 있다.
선교 지정학적 지형 변동
1910년도 에딘버러선교대회 백주년을 맞이하는 2010년도 10월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로잔케이프타운대회는 역대 최대 규모(전 세계 198개국에서 4200여명의 선교 지도자들이 참가)라고 하는 정량적 의미 외에도, 대회 장소가 제 3세계라는 선교 지정학적 측면에서도 향후 세계선교의 지형 변화에 대한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21세기 세계선교의 흐름은 그동안 세계선교를 주도해오고 있는 서구 교회의 선교 잠재력과 영향력이 점차 약해지고 있는데 반해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비서구교회(제 3세계)의 역할과 위상이 점차 커지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이슬람 불교 힌두교 정령숭배 등 비기독교적 세계관 속에서 복음을 접하지 못하고 죽어가는 미전도종족의 대부분이 살고 있는 중국,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권과 아프리카, 남미권에서 자발적인 기도운동과 부흥이 일어나고 있고 복음에 대한 열정과 세계선교에 대한 젊은이들의 헌신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
또한 복음주의 선교운동에 걸맞게 철저한 성경적 기반 위에 신중하고 보수적인 행보를 지향해온 로잔운동을 진두지휘하는 최고 사령탑에 40대 초반의 비서구권 출신의 젊은 리더십을 혜성처럼 등장시킨 것은 매우 파격적인 일로서 세계선교 리더십의 세대교체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필자의 견해로는, 이는 21세기 로잔운동의 정신과 나아갈 방향을 담은 로잔케이프타운언약(The Cape Town Commitment), “믿음과 행동에의 요청에 대한 선언(A Declaration of Belief and A Call to Action)”에 대한 행동 강령(Actiom Plan)과 로드맵(Road Map)을 실천하기 위한 일대 용단이며, 차세대 지도자들을 위한 시니어 리더십의 낮아짐과 내려놓음의 열매라고 평가하고 싶다. 또한 지난 40년 가까이 서구 교회의 리더십들이 이끌어왔던 로잔운동의 수뇌부에 한국인(Korean American) 2세들이 속속 참여함으로서 중추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한국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은혜요, 소망이 아닐 수 없다.
2004년 로잔파타야대회이후 10년 가까이 로잔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이 같은 낭보에 남다른 감회와 기도 응답에 대한 감사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늘의 한국 교회와 지도자들에 대한 자성과 분발의 기회를 주시고자 하는, 어찌보면 연민과 사랑의 마음을 가지신 주님의 특별 배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근년 한국 교회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성도들이 세상에 나가 빛과 소금의 삶을 살도록 하는데 있어 오히려 어깨를 쳐지게 만드는 일련의 심각한 사태들을 보면서 필자를 포함한 목회자들이 먼저 베옷을 입고 통회 자복하고 영적으로 심기일전, 와신상담해야 할 때라고 본다. 나아가 복음의 추수기에 “변화하는 선교”(Transforming Mission)의 흐름에 민감하여, 마치 희어진 들판을 바라보며 추수할 일군을 찾으시는 여름 타작마당에 주인의 마음을 시원케 하는 신실한 종으로서의 사명을 다해야 할 것이다.
세계선교 리더십의 변화
한국교회는 세계선교에 쓰임 받을 수 있는 차세대 영적 지도자들을 키우고 세우는 일에 우선과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실 서두에 언급한 데이빗 로나 마이클 오와 같은 코리안 디아스포라들은 한국인의 피와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지금까지 저들을 키우고 여기까지 이를 수 있도록 키우고 세워준 교회와 사람들은 유감스럽게도 한국 교회와 한국인 목회자들이 아니다. 어찌보면 초대교회 시대 예루살렘교회와 안디옥교회와 같이 복음으로 서로 하나 되어 끈끈하게 연결되어야 할 지체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외면을 해왔다고 말하는 것이 더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사실 데이빗 로는 중국어권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대만 등 화교 교회의 지도자들과 동역자들의 기도와 섬김에 의해 세워졌고, 마이클 오도 일본 교회와 일본인 지도자들의 간구와 전폭적인 지지에 의해 세워졌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이번 마이클 오의 피선을 마치 내 일과 같이 기뻐하며 그의 잠재력과 은사에 대해 칭찬과 격려를 하면서 보다 전폭적인 지원을 표명한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인들이 아니었다. 브라워스(Dr. Esme Browers) 남아프리카로잔운동연합위원회 의장, 램 기두말(Dr. Ram Gidoomal) 로잔이사회 의장 겸 인도선교연합회 의장, 케니치 시나가와(Rev. Kenich Shinagawa) 일본복음주의전도연맹 이사장, 사토루 가네모토(Dr. Satoru Kanemoto) 일본로잔위원회 의장 등 다른 나라 교회 지도자들이 뜨겁게 축하와 협력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일본 교계와 신학계의 지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마클 오가 앞으로도 계속 일본에 베이스를 두고 로잔운동의 대내외적인 사역을 활발하게 전개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역량과 협력 네트웍을 총 동원하겠다“며 힘을 모으고 있다.
필자는 지난날 덕 버드셀(Doug Birdsall), 린지 브라운(Dr. Lindsay Brown), 블레어 칼슨(Rev. Blair Calson), 폴 엘쉴만(Paul Elshilman) 등 국제로잔의 핵심 리더십들과의 교분을 통해, 한국 교회의 선교 잠재력과 특히 언어와 타문화 훈련이 잘 되어있는 한인 디아스포라 차세대 리더십들에 대한 격려와 지원에 대한 저들의 안타까움과 기대를 익히 들어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 교회와 리더십들이 극복해야할 과제라고 할 수 있는, 교단과 교파, 교회를 초월하여 다른 사람(엄밀히 말하자면 우리 자식이요 한국 교회의 후계자들)을 키우고 세우는 일에는 무관심했고 인색했다는데 대해 자성하지 않을 수 없다.
주님의 선교명령 수행을 위해 동서사방의 협력 네트웍을 구축하고 합종연횡의 연합전선을 펼쳐야 할 이 때, 한국 교회는 종래의 “람보 스타일” 선교와 자신의 아성(牙城)을 쌓는 선교지에서의 게토(Ghetto)화를 지양해야 한다. 이제 한국 교회와 선교 한국은 더 이상 교회의 크기와 예산, 해외 파송 선교사 수를 자랑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교회 지도자들은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시133:1)를 말로만 외치고 가르칠 것이 아니라 스스로 행하고 실천해야 한다. 하나님의 인류 구속사에 있어서, 손에 들려주어도 감당하지 못하는 영적 제사장의 촛대는 시대와 민족에 따라 그 위치와 주인을 바꾸시는 것이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방법임을 깨달아야 한다.
유승관 목사(국제로잔 전략위원, SIM International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