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교황 265명, 순교·추방·권력욕 ‘영욕의 역사’
입력 2013-02-12 18:17
신과 인간의 중간지대에 선 교황은 가톨릭교회의 권위다. 265대에 걸쳐 2000여년 역사를 지닌 역대 교황들은 서양사와 긴밀하게 맞물려 세속 군주와 대립하거나 스스로 권력을 탐하는 과정에서 영욕의 세월을 비켜갈 수 없었다. 수많은 역대 교황들이 추방됐으며 이 가운데 21명은 순교자로 기록돼 있다.
가장 방탕한 교황으로 꼽히는 인물은 알렉산드르 6세(1492∼1503년). 여러 명의 정부(情婦)를 두고 최소 9명의 사생아를 둔 그는 성적 문란의 상징이었다.
교황에 선출되자마자 ‘하느님이 나에게 교황직을 선물로 주셨으니 마음껏 즐기자’며 흥청망청 돈을 쓴 레오 10세(1475∼1521년)의 삶 또한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역대 교황 중 결혼을 하기 위해 사임한 교황은 베네딕토 9세로 1045년 자신의 대부(代父)였던 요한 그라시아노(그레고리오 6세)에게 돈을 받고 교황직을 팔았다. 그 후 로마에 돌아와 스스로 교황 자리에 올랐다가 다시 쫓겨났다. 교황직을 산 그레고리오 6세(1045∼1046년)는 종교개혁가로 명성을 쌓았으나 매수 혐의가 불거지면서 1년 만에 퇴위했다.
첼레스티노 4세는 선출된 지 2주 만에 숨지기도 했다. 1241년 교황 그레고리오 9세가 사망하자 로마 귀족 마테오 오르시니가 빨리 새 교황을 선출하라는 의미에서 푹푹 찌는 한여름에 추기경 10명을 허물어져가는 궁전에 감금했다. 두 달 만에 첼레스티노 4세를 교황으로 선출했지만 이 과정에서 추기경 한 명이 더위로 사망했다. 첼레스티노 4세 역시 감금 후유증으로 즉위 2주 만에 숨졌다.
이외 비오 7세(1800∼1823년)는 1804년 나폴레옹의 황제 즉위식에 참석하기 위해 프랑스로 떠나기 직전 투옥될 것을 염려해 미리 퇴위 발표문을 작성해 두었으며, 비오 12세(1939∼1958년)는 나치 대학살 당시 유대인 보호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역대 교황 중 성인으로 추앙된 이가 78명에 불과한 사실은 비운의 교황사를 증명한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