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턱슨 추기경 유력후보… 첫 흑인 교황 나올까
입력 2013-02-13 02:32
최초의 흑인 교황이 탄생할 것인가. 아프리카 가나의 피터 턱슨(64) 추기경이 차기 교황에 가장 유력한 것으로 예측된다고 미국 CNBC뉴스가 전했다. 턱슨 추기경은 교황청의 정의평화 주교회의 의장이다.
가톨릭교회의 수장 교황 베네딕토 16세(85)가 이달 말로 사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차기 교황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12일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 앞에는 평소보다 많은 수백명의 인파가 모여 교황 사임 소식을 이야기했다. 온라인 도박 사이트인 패디파워에서는 차기 교황직을 두고 내기가 벌어졌다. 캐나다 출신 마르크 우엘레(68) 추기경과 함께 턱슨 추기경에 돈을 건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유력 후보 중 가장 젊은 턱슨 추기경은 2009년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 예방을 위해 콘돔을 사용할 수 있다는 진보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2010년 교황의 영국 방문에 동행한 자리에서 기자들이 “흑인이 교황으로 선출될 것 같은가”라고 묻자 “왜 안 되나(Why not?)”라고 답했다.
아프리카의 가톨릭 인구가 1억7700만명이 넘는 점도 흑인 교황 탄생에 힘을 실어준다. 유럽의 가톨릭 신도는 2억7700만명이나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합치면 3억명이 넘는다. 브라질이 세계 최대의 가톨릭 국가일 정도로 이미 가톨릭교회의 중심은 유럽 바깥으로 옮겨졌다.
바티칸이 있는 이탈리아 출신으로는 앙겔로 스콜라(71) 밀라노 대주교와 지안 프랑코 라바시(70) 추기경이 유력하다. 오스트리아 빈의 크리스토프 쇤보른(68) 대주교도 후보로 꼽힌다. 가톨릭 신도의 절반이 거주하는 남미에서는 아르헨티나의 레오나르도 산드리(69) 동방교회 감독이 선두다.
교황청 관계자는 “교황은 어느 지역 출신이냐는 것보다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성직자들의 연이은 성추문, 비대해지는 사제의 권력 등 가톨릭교회는 이미 위기에 처해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현재의 교황이 여성 사제 임명을 아동 성학대와 동급의 중범죄로 간주하는 시대착오적 인물이었다고 혹평했다.
해방신학자인 레오나르도 보프(75) 신부는 “가톨릭교회가 현재 직면한 위기는 종교개혁 때보다 더 심각하다”며 “새 교황은 현대 사회와 더 많은 대화를 해야 한다”고 베네수엘라 위성방송 텔레수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중세 아일랜드의 성직자 말라키아 주교가 1139년에 쓴 예언서도 화제다. 이 예언서에서 차기 교황은 마지막 교황이며 이름은 베드로(피터)다. “로마 교회에 대한 마지막 박해 중 로마인 베드로가 교회를 다스리고 많은 환난 속에 양들을 치리라. 그때가 지나면 일곱 언덕 위의 도성은 파괴되고 두려운 심판자가 당신 백성을 심판하시리라. 아멘”이라고 적혀 있다.
한편 13일 마지막 수요 미사를 집전하고 27일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고별사를 발표할 예정인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위에 오르기 전인 2005년 4월부터 심장박동 조절기를 착용했다고 교황청이 밝혔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