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분데스리가 21R MVP

입력 2013-02-12 18:04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손흥민(21)과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의 손흥민. 전혀 다른 선수 같다. ‘태극전사’ 손흥민은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영국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함부르크맨’ 손흥민은 10일 분데스리가 21라운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전에서 시즌 8, 9호 골을 잇달아 터뜨려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12일엔 생애 처음으로 독일 축구 전문지 ‘키커’가 선정하는 라운드 최우수선수로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손흥민이 국가대표팀에서도 펄펄 날게 하는 묘안은 없을까?

국가대표팀의 막내인 손흥민은 청소년대표팀에 자주 발탁되지 못해 선배 선수들과의 친분이 적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크로아티아전에서 소극적인 플레이가 나왔다. 과감하게 슈팅을 날려야 하는 순간 패스를 하는 장면이 몇 차례 포착됐다.

손흥민은 A매치 11경기(1골)에 출전했다. 그것도 대부분 자투리 출전이었다. 대표팀 동료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던 건 당연지사. 더욱이 손흥민에겐 국가대표팀에 대해 ‘마음의 짐’이 있다. 2011년 10월 손흥민 아버지의 입을 통해 ‘국가대표팀에 차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 손흥민으로선 국가대표팀에서 편한 마음으로 자신의 창조적인 플레이를 펼치기 힘든 게 사실이다.

한 가지 더 짚어 봐야 할 것은 손흥민의 포지션이다. 함부르크의 4-4-2 또는 4-3-3 포메이션에서 손흥민은 주로 오른쪽에서 활약했다. 이번 시즌 9골 중 7골을 오른쪽에서 터트렸다. 그러나 크로아티아전에선 왼쪽 윙포워드로 뛰었다. 손흥민은 낯선 포지션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지 못했다.

향후 국가대표로 꾸준히 발탁될 가능성이 높은 손흥민에 대해 “동료들과 호흡이 맞지 않는다, 자신감이 떨어져 보인다” 등의 우려를 쏟아내는 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손흥민이 국가대표팀의 해결사로 도약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있다. 선배들의 배려와 감독의 과감한 포지션 변화가 바로 그것이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