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한국 초대교회 초석 다져… 연동교회, 초대 담임 게일 목사 탄생 150주년 앞두고 재조명 한창

입력 2013-02-12 21:10


“하나님, 조선 땅에 자유와 독립을 주소서….”

1919년 3월 초, 들불처럼 번져가는 3·1 독립운동을 지켜보면서 한국과 한국인을 위해 기도한 푸른 눈의 선교사 출신 목사가 있었다. 캐나다 온타리오 출신의 제임스 스카스 게일(1863∼1937)이다. 그는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했던 선교사요, 목사이자 학자였다.

그는 1886년 당시 유명한 설교자였던 무디 목사의 설교를 듣고 외지 선교를 결심, 25세 때인 1888년 겨울 부산에 도착했다. 그 후 1928년 한국을 떠날 때까지 40년 동안 한국에서 복음을 전하며 한국의 초대교회 초석을 다진 인물로 남아 있다.

성서공회 전임 번역위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성경 신·구약 전서 출판, 최초의 한영사전 출판 등 한글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기독사학자들이 꼽는 게일 목사의 가장 큰 공헌은 ‘하나님’ 칭호를 명명(命名)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것. 30년 넘게 게일 목사를 연구하고 있는 고춘섭(78) 연동교회 은퇴장로는 12일 “게일 목사는 성경을 한글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하걑님’이라는 명칭을 천주교에서 쓰는 ‘천주’ 대신 유일하신 한 분이라는 의미의 ‘하나님’으로 쓰는 데 앞장 선 분”이라고 설명했다.

1900년부터 1927년까지 연동교회 초대 담임목사로 활동한 게일 목사는 천민과 상민, 양반을 두루 아우르는 ‘어울림’ 목회를 실천한 목회자로도 유명하다. 일례로 연동교회의 제 1대 및 2대 장로는 천민과 상민 출신이며, 제6대 장로 역시 광대였던 천민이었다. 이밖에 그는 존 번연의 ‘천로역정’을 한글로 번역하는가 하면 김만중의 ‘구운몽’을 영역하기도 했다. ‘만복의 근원 하나님’으로 시작하는 찬송가 1장과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338장·이상 새찬송가)의 가사 역시 100여년 전 게일 목사가 한글로 번역한 것이다.

오는 19일 게일 목사 탄생 15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연동교회는 대대적인 게일 목사 재조명 작업에 나서고 있다. 우선 17일 오후 3시 서울 연지동 교회 본당에서는 기념예배가 열린다. 예배를 마친 뒤에는 교회 4층에 새로 마련된 ‘게일목사기념관’ 개관식이 개최될 예정이다. 16.2㎡(약 5평) 규모의 기념관에는 이성희 담임목사의 아내 김봉희 사모가 그린 게일 목사 초상화를 비롯해 가족사진 20여점과 게일 목사의 사택 모형도, 게일 목사가 번역한 ‘천로역정’ 영인본 등 저서를 포함한 유품 100여점이 전시돼 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게일 목사의 두 손녀인 웬디와 로즈마리 여사가 교회 초청으로 방한, 기념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게일 목사에 대한 학문적 연구도 진행 중이다. 지난 1년 동안 준비한 게일 목사의 일생과 선교, 학문적 성과를 집대성한 논문집 1000부가 이달 초 발간됐다. 논문집 발간에는 게일 목사에 대해 조예가 깊은 교수와 학자, 장로 등 12명이 참여했다.

20일에는 게일목사기념관 부설 게일학술연구원도 문을 연다. 김명용 장로회신학대 총장과 정갑영 연세대 총장 등 57명이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고춘섭 장로는 “게일학술연구원은 새문안교회가 50여년 전부터 이어오고 있는 ‘언더우드 학술강좌’처럼 후세들이 게일 목사를 연구하는 데 크게 기여하는 기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재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