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갈등… ‘이웃 배려’로 풀자

입력 2013-02-12 22:38


시끄럽다며 윗집 주민을 살해하거나 집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층간 소음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윗집 주민 역시 아랫집의 잦은 소음 항의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서로 이웃을 조금만 이해하고 배려하면 쉽게 해결되는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2월 서울 수유동의 다세대 오피스텔에 이사온 김모(31)씨는 첫날부터 쏟아지는 아랫집 주민의 전화에 시달렸다. 이삿짐이 들어오는 소리 때문에 시끄러우니 조용히 좀 해달라는 항의 전화였다. 아래층엔 노인 부부가 살고 있었다. 이후에도 식탁의자를 빼는 소리나 찻장 문을 닫는 소리가 조금만 크게 나면 노인부부는 어김없이 전화를 걸어왔다. 청소기 소리가 시끄러울까봐 청소는 항상 빗자루로 했다. 김씨는 “최근 친척이 찾아와 담소를 나누는데도 ‘시끄러워서 살 수가 없다’며 항의전화를 받았다”며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했다.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가 지난해 3∼12월 층간 소음 민원을 현장 진단한 결과 전체 1829건 중 1338건(73.1%)은 발걸음 소리가 원인이었다고 12일 밝혔다. 망치질 소리(3.7%)나 가구 끄는 소리(2.3%) 등으로 인한 민원은 많지 않았다. 유난히 큰 소리가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소리에 아랫집 주민은 더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웃사이센터 관계자는 “층간 소음의 대부분은 일부러 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웃 주민의 항의를 받는 위층 주민의 불안감도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포털의 각종 게시판에는 층간 소음으로 피해를 보는 주민이 윗집 주민에 보복하는 방법을 설명한 글도 돌아다니고 있다. 한 커뮤니티에는 ‘새벽 야식 전단에 윗집 전화번호를 인쇄해 배포하라’ ‘화장실 환기통에 음산한 음악을 틀어 놓으라’는 등 층간 소음 보복법이 게재돼 있다. 그러나 이는 갈등을 심화시킬 뿐이다.

층간 소음 갈등은 이웃을 배려하지 않는 각박한 세태 탓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공동주택 비율이 높아 층간 소음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조그만 소음은 서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이웃 간 배려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구주택 총 조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 주민의 공동주택 거주 비율은 65%로, 일본(40%) 영국(18%) 미국(3.9%) 등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요즘 고층 건물들은 무게를 줄이기 위해 층간 두께도 얇아지는 추세여서 층간 소음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소음을 줄이는 아이디어를 실천하는 것도 갈등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이웃사이센터 관계자는 “거실에서 슬리퍼를 신거나 의자나 책상 등 가구 다리에 테니스공을 끼우고, 방문에 스펀지를 다는 등 사소한 노력이 층간 소음과 이웃 간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웃 주민 간의 배려와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해양부는 벽식과 기둥식 아파트 바닥 두께 기준을 현행대로 각각 210㎜, 150㎜로 유지하되 소음 발생이 심한 무량판(보가 없는 바닥)식 바닥 두께를 180㎜에서 210㎜로 상향 조정하는 등 층간 소음을 줄이기 위한 기준 개정작업을 추진 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