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일용직까지… ‘빚내 주식’ 2년새 두배로

입력 2013-02-12 17:50


장기 불황 속에서도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가 급증하고 있다. 주식투자를 위해 주택과 예·적금을 담보로 투자 자금을 빌리거나 마이너스 통장으로 신용대출을 일으키는 사례가 최근 2년간 2배로 늘었다. 특히 빚을 낸 가구의 상당수는 저소득층과 일용직 등 취약계층으로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통계청은 지난해 증권투자 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 규모가 부채보유 가구당 55만2000원으로 집계됐다고 12일 밝혔다. 2년 전인 2010년(27만1000원)보다 104% 증가한 수치다. 거주 중인 주택과 자동차, 예·적금, 보험 등을 맡기는 담보대출 규모는 가구당 15만9000원에서 31만2000원으로 늘었다. 담보대출 외에 마이너스 통장 등을 통한 신용대출도 가구당 11만2000원에서 24만원으로 증가했다.

소득이 불안정한 계층일수록 고수익을 노리고 주식투자를 위해 많은 빚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가 주식투자 목적으로 일으킨 담보·신용대출의 합계는 2010년 가구당 1만1000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18만9000원으로 1618%나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소득 3분위(40∼60%) 가구의 관련 부채는 6만8000원에서 18만6000원으로 173% 느는 데 그쳤다. 소득 5분위(상위 20%) 가구는 가구당 56만2000원에서 124만1000원으로 121% 상승했다. 2분위는 증가율이 482%, 4분위는 57%였다.

직업별로는 임시·일용직의 관련 부채 증가 폭이 컸다. 임시·일용직 가구가 증권투자 자금으로 대출한 금액은 2년 사이 1만1000원에서 14만6000원으로 늘며 118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어 자영업자(876%), 무직(415%) 순으로 관련 부채 증가율이 높았다. 소득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용근로자는 관련 부채 증가율이 28%에 그쳤다.

연령별로는 청년층과 50∼60대의 주식투자 목적 부채 증가율이 높았다. 특히 가구주가 30세 미만인 부채보유 가구의 경우 2010년에는 관련 부채가 없었지만 2011년 47만1000원, 2012년 52만7000원으로 급증세를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은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소득이 줄어든 취약계층이 주식투자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고 하면서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는 지난해 대선을 전후로 기승을 부린 테마주의 영향도 크다고 판단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크고 미래의 수익을 보장할 수 없다”며 “무리하게 빚을 내기보다는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매매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