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 초등생도 일기쓰면 작문 실력 ‘쑥쑥’… 저학년 글쓰기 능력 키우기 이렇게
입력 2013-02-12 17:46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아침마다 새로 마련한 가방을 매고 인사를 하면서 현관문을 쓰윽 밀고 나갔다가 들어오는 아이.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얼굴에는 함박 웃음꽃이 피지만,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하다. ‘공부를 잘해야 할 텐데…, 뭘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까?’
초등학교 입학식이 보름 남짓 남았다. 첫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은 바쁘다. 노트 연필 크레파스 등 학용품과 책가방은 벌써 준비해 놓은 지 오래고, 건강검진도 마쳤고, 자녀에게 등하굣길도 익혀 주었고, 학교는 즐거운 곳이라는 인식도 심어 줬다. 그리고 한글을 이미 익힌 자녀들에게 받아쓰기 연습도 시키고 있다. 그러면서도 뭔가 빠진 것 같아 불안하기만 하다.
초보 학부모들에게 ‘즐거운 책 읽기, 바른 글쓰기’ 대표 김순옥씨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잘 익히게 하고 싶다면 자녀에게 일기 쓰기 습관을 들여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일기 쓰기를 통해 생활문 독서감상문은 물론 논술문 등 글쓰기의 기초를 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 초등학교 신입생부터 적용되는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선 글자를 익힌 다음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특정 대상의 특징이 드러나게 짧은 글을 쓰는 연습을 하도록 돼 있다. 글쓰기 교육이 중시되므로, 글쓰기 능력 배양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초등학교 1학년은 물론 저학년들도 일기 쓰기가 습관화되지 않았다면 이번 새 학기에 일기 쓰는 습관을 들여 주자. 최근 성적이 쑥쑥 올라가는 초등 글쓰기 방법을 담은 ‘책 많이 읽는 우리 아이, 공부는 왜 못할까’를 펴낸 김 대표를 지난 6일 서울 공릉동 자택에서 만나 자녀 수준<표 참조>에 맞는 단계별 일기 쓰기 지도 요령을 들어봤다.
◇ 기초 단계=일기는 매일 쓰는 것이 좋지만 아이가 버거워 한다면 주 2, 3회 쓰도록 하되 규칙적으로 쓰게 한다. 또, 일기에선 ‘나는’‘오늘’ 등은 필요 없지만 글쓰기 지도 효과를 얻고 싶다면 완전한 문장으로 쓰도록 지도한다.
아이들 일기를 읽어보면 산만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하루에 일어난 일을 시간대별로 생각나는 대로 적어 놓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림일기를 쓰게 하면 이런 문제가 쉽게 해결된다. 그날 기억에 남는 것을 그림으로 그리게 하고, 이에 대한 글을 쓰게 한다. 그림을 그리게 하는 것은 한 가지 주제에 대한 것을 쓰게 하기 위한 것이므로 색칠까지 할 필요는 없다.
일기는 한 가지만 쓴다는 개념이 잡히면 그림을 그리게 하는 대신 그날 기억에 남는 장면을 떠올리게 하고 그에 대한 글을 쓰게 한다. 재미있고, 쓰고 싶은 이야기가 여러 가지라면, 제목을 따로 쓰고 해당 내용을 쓰게 한다. 이때 다른 이야기를 할 때는 단락이 바뀐다는 것을 알려줌으로써 같은 얘기를 다루는 묶음인 단락(문단)의 개념을 심어 준다. 날씨나 제목도 간단하게 쓰도록 한다. 제목을 계속 쓰게 하면 글을 함축하고 정보를 압축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성장 단계=글의 분량이 많아졌다면 날씨와 제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게 한다. 아이가 써놓은 내용을 보고 “그래, 차가 지나갔을 때 어떤 소리가 났지?” “오빠가 무슨 말을 했는데?” “그때 넌 무슨 생각을 했지?” 등의 질문을 던져 의성어, 의태어, 대화체 등을 활용해 상황을 좀더 자세히 표현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이때 정확한 문장부호를 사용하도록 이끈다. 혼잣말이나 강조하고 싶은 말은 작은따옴표(‘’), 대화를 그대로 옮길 때나 다른 사람 말을 빌려 쓸 때는 큰따옴표(“”)를 쓴다는 것을 알려 준다.
◇고급 단계=글의 종류에 변화를 주도록 지도 한다. 가족여행을 다녀왔다면 여행의 기록과 감상을 생동감 있게 남기는 기행문 형식으로 쓰도록 한다. 그날의 감상을 압축한 동시,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신문기사 형식으로도 쓰게 이끈다. 또 특별한 일이 없는 날에는 상상형식이나 감상문 형식으로 쓰게도 한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길러 주고,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고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기게 된다. 논술 형식으로 쓰게 해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주장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준다. 순발력과 재치, 상징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만화 형식도 좋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