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 죽쑨 대형마트 매출 최대 9.7%↓

입력 2013-02-12 17:41


대형마트가 1년 중 가장 큰 대목인 설 매출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는 설 전 2주간 선물세트 판매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한 자릿수 역신장을 했다고 12일 밝혔다. 업체별로는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의 설날행사 세트 매출이 9.7% 줄어들어 가장 감소폭이 컸다. 이마트는 같은 기간 전체 매출도 지난해보다 9.9% 줄어들었다. 롯데마트도 5.7% 매출이 줄었고, 홈플러스는 3.3% 감소했다.

이는 불황으로 선물 구입비용을 줄인 데다 의무휴업으로 대형마트 영업일수가 지난해보다 이틀가량 줄어든 것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설 이후에도 매출을 일으킬 만한 호재가 없어 전망이 어두운 편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개학, 이사 등 계절별로 여러 이벤트를 마련하겠지만 설 때도 돈을 안 쓰는 마당에 매출이 갑자기 좋아질 거라고 기대하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는 생필품 중심의 대형마트를 자주 이용하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모두 지갑을 닫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대형마트 매출증가율은 -3.3%로 지난 8년 동안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자산 규모가 줄고 가계부채와 ‘하우스푸어’ 문제로 심리적으로 여유가 없다 보니 씀씀이를 계속 줄이는 수밖에 없다. 노년층도 별다른 노후대책 없이 평균수명이 길어지는 상황이어서 돈이 있어도 쓰지 않고 있다.

집값이 지지부진하면서 부동산 가치 증가로 소비가 늘어나는 ‘자산효과(wealth effect)’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이러한 소비침체 현상은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다만 백화점들은 한 자릿수 성장을 하며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보다 설 선물 매출이 7.8%(기존점 기준) 상승했지만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15만원짜리 알뜰 정육세트였다. 지난해 17만원짜리 한우제품이 가장 많이 팔린 것에 비하면 2만원(13%) 낮아진 것이다. 개인고객과 법인고객의 객단가는 12만원과 17만원으로 각각 지난해 15만원과 20만원보다 약 20%가량 낮아졌다.

신세계백화점도 3.1% 매출이 신장했다. 하지만 5만원 전·후반대의 실속형 상품 비중이 높은 가공·델리 선물세트는 22.3%, 18.3% 매출이 늘어난 반면 고가 비중이 높은 정육, 수산세트는 3.2%, 7.5% 매출이 줄었다. 현대백화점도 6.5% 매출이 늘었고 10만원 초반 선물세트 판매가 두 자릿수 신장률을 보였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