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차 핵실험 강행] 北 비핵화 이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작동 불능 위기

입력 2013-02-12 22:34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박근혜 정부의 초기 남북관계는 험로가 예상된다. 당장 박 대통령 당선인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고 대북경협을 확대한다는 내용인데 핵실험 강행에 따라 전제조건 자체가 무너진 상황이다. 때문에 새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북한과의 냉각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박 당선인은 12일 오후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서 소집한 긴급회의에서 단호한 대북정책 기조를 밝혔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은 남북 신뢰 구축을 저해하는 처사”라며 “6자회담 당사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는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새 정부도 강력한 억지력을 토대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국제사회와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우리만의 노력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속담이 있듯이 북한이 성의 있고 진지한 자세와 행동을 보여야 함께 추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4일 “북한의 도발 또는 잘못된 행동에는 강하고 단호하게 대응하되 대화가 필요할 때는 유연하게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대화’를 같이 언급했던 것보다 한층 더 강경해진 태도다.

박 당선인이 현 대북정책에서 안보를 우선시하고 있는 점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신설에 이어 김장수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간사를 초대 안보실장으로 내정한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김 실장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수정 가능성에 대해 “북한의 핵실험으로 옛날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 실전능력이 확인되면 이 같은 대북 강경모드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남북관계는 더욱 풀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더욱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안이 발동되면 대북 문제는 우리 정부의 손을 떠나 국제사회 시스템 속에서 굴러가는 만큼 새 정부가 독자적인 대북정책을 펴기 힘들어진다.

다만 북한이 새 정부 출범 이전에 핵실험을 했고, 박 당선인에 대해 비난을 자제하고 있어 시간이 좀 지나면 남북관계가 풀릴 여지가 있다는 관측도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취임 전 핵실험이 이뤄진 만큼 오히려 북한을 관리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수 있다”며 “서너 달 정도 냉각기가 불가피하지만 대북 강온양면책을 서서히 쓰다가 시기를 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다시 작동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