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차 핵실험 강행] 오바마 3시간50분 만에 “도발행위” 강력 비난
입력 2013-02-12 23:47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더 강력한 제재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거듭 밝혀왔다.
한·미 정책협의단 단장 자격으로 지난주 미국을 방문한 이한구 새나라당 원내대표도 워싱턴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비해 미국이 상당히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마련해 놓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은 핵실험 강행 자체는 물론 그 타이밍 때문에 더 강경한 태도를 굳힐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KEI)의 니콜라스 해미세비치 학술 담당 국장은 “북한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과 박근혜 한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핵실험을 강행함에 따라 미국과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접근 방법을 재고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이들 이벤트가 끝나기를 기다리기만 했어도 박 당선인이나 오바마 대통령이 아직은 ‘관여정책’을 펼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를 증명하듯 오바마 대통령은 핵실험 추정 보도가 나온 지 약 3시간50분 만에 “북한의 핵실험은 지역 안정을 훼손하는 심각한 도발행위”라고 강력히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던 때와 달리 오바마 대통령 명의의 성명을 발표한 데서 미 정부가 느끼는 사안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컬럼비아대 한국학연구소의 찰스 암스트롱 소장도 “북한은 (북·미 간 화해) 기회를 빼놓지 않고 놓치는 놀라운 재주가 있다”며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움직임을 보일 때 핵실험으로 찬물을 끼얹은 일을 상기시켰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2기에 전체 핵무기의 3분의 1을 감축하는 등 비핵화·군축 기조를 강화할 방침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핵실험을 더욱 심각하게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12일 밤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에는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대응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은 독자 제재에 나서기 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논의를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 유엔을 통한 제재든 미국의 독자 제재든 관건은 북한 핵실험의 성격과 그 성공 여부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태 연구소장은 “이번 실험에 사용된 핵 원료가 플루토늄인지, 우라늄인지 아니면 두 개를 동시에 시험한 것인지 등에 대한 분석이 끝나야 미국의 대응 수준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소식통은 핵실험의 성격과 그 성공 여부를 분석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며 분석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