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차 핵실험 강행] 한·미·중 권력교체기 공백 노려… ‘핵보유국 지위 확보’ 김정은의 도박
입력 2013-02-12 22:18
북한이 12일 3차 핵실험을 강행한 근본적 목적은 국제사회에서 ‘실질적 핵보유국(real nuclear power)’으로 인정받기 위한 것이다. 내부 결속을 다지고,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북한은 앞으로 추가 도발 카드를 지렛대 삼아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3차 핵실험은 다목적 포석=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핵무기의 소형·경량화를 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한 기술적 필요성에 핵실험을 미룰 수 없던 것으로 우리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북한을 비핵화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국제사회를 겨냥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도박’을 벌인 셈인 것이다. 모델은 인도와 파키스탄이다. 두 나라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가입하지 않은 채 국제사회에서 실질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3대 세습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경제적으로 나아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핵 보유’ 유훈을 김 제1위원장이 성사시킴으로써 세습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시기적으로는 한·미·중 권력 교체기의 공백을 노린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 박근혜 정부, 미국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 중국 시진핑 정권의 대북 정책이 확고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핵실험을 강행해야 더욱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대남 전략 측면에서는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 핵실험을 강행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차기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핵실험 시기를 결정한 것일 수 있다. 1·2차 핵실험처럼 북한은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사전에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높다. 핵실험 이후 대북 제재가 시행되고 한반도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북·미 대화의 물꼬가 트였던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같은 수순을 노렸다는 것이다.
◇북한의 다음 행보는=북한이 핵실험 발표 이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2, 3차 대응조치를 거론한 것을 단순히 위협성 엄포로 볼 수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에 강경한 움직임을 보일 경우 추가 도발 카드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외무성 대변인이 국제사회의 선박검색 등 대북제재 움직임에 “전쟁행위로 간주될 것이며 우리의 무자비한 보복타격을 유발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대북 제재에 북한이 얼마나 민감한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만약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 핵무기 소형·경량화에 성공했는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추가 핵실험을 단행할 수 있다. 북한이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 이후 “장거리 로켓을 계속 발사하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핵무기 탑재 수단인 로켓을 또다시 발사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국에 대한 위협을 극대화하려고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시험 발사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해상에서 교전을 유발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흐름에 ‘물타기’를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