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차 핵실험 강행] 국방부 “폭발력 기대이하”-국정원 “북한 발표는 과장”
입력 2013-02-12 22:14
12일 강행된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북한은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을 만큼 핵폭탄이 소형화됐다며 성공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는 2차 핵실험보다 폭발력이 높아졌지만 성공했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보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분석한 핵실험 인공지진 규모는 4.9이고 이를 토대로 국방부가 판단한 폭발력은 6∼7㏏(1㏏은 TNT 1000t 규모)이다.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16㏏)의 절반 정도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이 주장했던 ‘높은 수준의 핵실험’이라면 10㏏ 이상은 돼야 하는데 그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원세훈 국정원장도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발표는 과장”이라며 “(핵탄두) 소형·경량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고 핵무기화에 성공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폭발력만으로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북한이 투입한 핵 원료의 양에 따라 폭발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주장대로 소형화에 성공해 적은 양의 핵 원료로 이 정도 폭발력을 냈다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2006년 1차 핵실험 때도 폭발력이 1㏏에 불과해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3년 후 2차 핵실험에서는 최대 6배 향상된 폭발력을 과시했다.
북한은 이번 핵실험에서 훨씬 더 강한 폭발력을 선보여 핵 능력을 과시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승조 합참의장이 지난 6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수소폭탄 제조 전(前) 단계인 ‘증폭핵분열탄(boosted fission weapon)’ 실험일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통해 완전한 핵보유국 지위를 얻으려 했다면 지금보다 폭발력이 훨씬 더 큰 결과를 보여줬어야 한다.
이 때문에 군은 폭발력이 예상보다 낮은 건 핵실험이 완전히 성공하지 못했거나 의도적으로 폭발력을 낮췄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일부러 그렇게 했다면 핵보유국으로 가기 전까지 자신을 달랠 시간적 여유가 있음을 국제사회에 알려 유리한 대화 국면을 열어보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만약 3차 핵실험이 실패한 것이라면 북한은 추가 핵실험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 실험이 가능한 수평 갱도 2개를 팠고 갱도마다 지류 갱도를 조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언제든 추가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여건이다.
하지만 이번 3차 핵실험이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한 첫 실험이었고 그 결과가 플루토늄을 이용한 2차 핵실험보다 컸다면 결코 약한 규모로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또 소형화에 성공했다면 이는 큰 위협이 된다. 소형화 성공은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크기의 핵탄두 제조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12일 장거리 로켓(미사일) 은하 3호 발사에 성공했으며 한반도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단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핵탄두 운반수단을 모두 확보한 상태여서 소형화를 통해 가공할 위력의 핵탄두마저 개발할 수 있게 된다면 한반도는 물론 세계를 위협하는 위력을 갖추게 된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