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의 한반도] (상) 안보 환경 급변
입력 2013-02-12 22:09
현실로 닥친 北핵위협… 정부, 핵 억지력 증강 불가피
북한의 12일 3차 핵실험으로 남한 새 정부 출범을 앞둔 한반도가 격랑에 휩싸였다. 지난해 12월 핵무기 운반수단인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성공에 이어 이번 핵실험으로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도 근접하면서 향후 정세가 어디로 향할지 예측조차 어려운 ‘시계 제로’의 형국이다.
북한이 핵무기 보유 단계에 한층 더 접근함에 따라 안보 환경도 급변하는 양상이다. 여태까지 ‘잠재적’ 위협으로 그쳤던 북핵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면서 그동안 어느 편으로도 기울지 않던 남북 간 전력의 무게추가 북한 쪽으로 다시 기울고 있다.
그동안 남북은 질적·양적 군사력 경쟁을 벌여 왔다. 재래식 전력을 놓고 보면 양적인 측면에서는 북한이, 질적인 면에선 남한이 앞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정밀 첨단무기 체계에다 주한미군 보유 전력과 연합작전 능력 등을 감안할 경우 전체 전력에선 우리 측이 더 우세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핵폭탄 보유 욕구를 멈추지 않으면서 재래식 전력에만 의존하는 한·미의 기존 전략은 한계점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핵무기를 실제 전력화한 국가는 그 사실만으로도 상징적·심리적 충격을 줘 상대 국가의 군사력을 제압할 수 있는 최고의 억제력을 소유하게 된다. 아직은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지 확실치 않은 단계지만 조만간 실제 보유국 위상을 가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군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한·미는 북한의 심각한 도발이 예상될 경우 항상 선제 타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이 같은 선제타격 경고가 북한에 먹히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미의 군사적 옵션이 더 제한될 수 있어 북한이 이런 상황을 최대한 이용해 “필요하면 핵무기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한층 위협을 강화할 것이란 얘기다.
이처럼 북한의 핵 위협이 실제화하면서 우리 정부의 대응 전략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일각에서는 기존의 방어중심 도발 억제 전략에서 핵무기 등을 사전 제거하는 공격적 대응 전략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 경우 우리의 사전 공격이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우리나라도 핵을 개발하거나 전술 핵무기를 주한미군에 재배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
청와대 외교안보 담당 핵심 참모는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우리 정부는 근본적으로 대북전략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됐다”면서 “군사적 대응책뿐 아니라 북한과의 협상, 대외관계 등 전반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앞으로 북한은 우리를 배제한 채 북·미 양자대화에만 매달릴 것”이라고도 했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해 실제 핵 공격을 감행하면 한·미는 즉각 ‘확장억제조치’를 가동하게 된다. 2010년부터 양국이 확장억제위원회를 구성해 ‘핵 공격 시 모든 전력을 총동원해 보복 공격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