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이근미] 행복제조기 쌍둥이 조카
입력 2013-02-12 18:10
명절을 지내고 일상으로 복귀했건만 마음은 여전히 대구에 있다. 쌍둥이 조카 규빈이와 예빈이가 눈에 아른거려 다시 대구로 가고 싶은 마음이다. 생후 22개월 된 두 조카가 나를 “꼬모”라고 부르며 졸졸 따라다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막 말을 익히기 시작한 조카들은 알 수 없는 단어를 중얼거리며 잠시도 쉬지 않고 뛰어다녔다.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두 녀석이 우리 집 명절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간은 변성기가 지난 세 명의 남자 조카들과 몇 마디 주고받는 게 고작이었다. 그 외에는 부모님과 우리 형제가 밀린 얘기를 나누고, TV를 시청하고, 명절 때 문을 연 맛집을 찾아가는 등 여느 집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두 조카가 나타난 이후 우리는 종일 녀석들 재롱에 웃다가, 찡찡대면 달래느라 즐거운 피곤함에 시달리게 되었다.
두 조카는 생후 50일 즈음 우리 가족에게로 왔다. 중학교 2학년짜리 아들 하나를 두었던 40대의 동생 부부가 갑자기 쌍둥이를 맞아들인 것이다. 동생이 부산 호산나교회 부목사로 부임할 때 내가 “그 교회는 입양부가 활발한데 앞으로 할 일이 많으니 입양하지 말라”고 충고하자 다른 가족들도 “애가 있는데 뭐 하러 입양해”라며 맞장구를 쳤다. 동생은 입양부 목사님이 입양을 권할 때 거절하기가 미안해 “딸 쌍둥이 오면 연락주세요”라며 얼버무렸다고 한다.
그로부터 2년 후 “아들 딸 쌍둥이가 왔다”는 전갈을 들은 동생 내외는 주저하다가 아들에게 소식을 전했고, 현빈이가 “제 용돈의 30%를 그 아이들을 위해 쓰세요”라고 말하는 순간 결심했단다.
누워만 있던 아이들이 기어 다니더니 이번 설에는 뛰어다니며 생동감 넘치는 기운을 쏟아냈다.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쉴 틈이 없는 올케는 아이들이 주는 기쁨이 너무 커서 피로쯤은 상관없다고 했다. 얼마 전 동생이 대구에 있는 교회의 담임목사로 부임했는데 쌍둥이들이 친선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성도들이 아이들을 보고 스스럼없이 말을 걸어오니 서먹할 틈이 없다는 것이다.
매일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아이들은 그야말로 신비함 덩어리였다. 중년의 삶을 온전히 아이들에게 쏟아붓는 올케를 애처롭게 여겼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보다 잘한 선택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한 생명 선물 받아 무한 사랑 베푸는 동생부부야말로 행복을 제조하며 사는 중이다.
이근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