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이영훈] 우리 사회의 빛과 그림자

입력 2013-02-12 18:12


지난주에 선교사역차 다녀온 미얀마뿐 아니라 지난해에 방문했던 케냐와 인도, 콜롬비아, 볼리비아, 라오스, 필리핀 등지의 어려운 사람들을 섬기면서 하나님께서 우리나라를 얼마나 사랑하시기에 35년의 일제강점기와 동족상잔의 6·25 동란을 겪으며 잿더미가 되었던 우리나라를 이렇게 축복하셨는가 하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눈부신 경제·사회적 발전상

우리나라 인구가 작년 6월에 5000만명을 돌파해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20-50 클럽’에 들게 되었다. ‘20-50 클럽’이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 달러 이상, 인구가 5000만명이 넘는 국가에 붙이는 호칭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의 회원국이 됨으로써 2차 대전 이후 원조를 받던 140개 나라 중 원조를 하는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게다가 지난 대선 때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정도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한목소리로 사회복지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촉구한 것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사회복지와 분배정의, 공동성장과 같은 개념이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는 성장만을 위해 분배를 희생시킬 수 없는 사회가 되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한결 성숙해진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공동체의 안전망은 튼튼한가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의 여러 긍정적인 자화상에 큰 충격을 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 계모가 자녀들을 2011년부터 2년 가까이 반지하 월세방에 방치하여 난방도 못하게 하고, 이들의 영양실조 증세와 발작, 하반신 마비 등을 치료하지 않은 것이 발견되어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사실조차 셋 중 큰언니가 동생들의 굶주림과 질환을 보다 못해 일자리를 얻고자 마침 한 목사 부부가 경영하고 있는 인근 공장을 찾은 것이 계기가 되어 우리 사회에 알려지게 되었다. 큰언니의 핏기 없는 모습을 보고서 실태 파악에 나선 목사 부부 덕택에 그들이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구출되었다고 한다.

부유한 국가에도 빈부 격차는 있게 마련이다. 미국에도 노숙인, 도시빈민, 저소득층 의료보험, 실직자 등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다. 2011년 9월 극심한 빈부격차에 항의하여 ‘월스트리트를 점거하라’는 구호로 시작되어 삽시간에 전 세계에서 벌어진 이른바 ‘1대 99’ 반대 시위가 처음 발생한 곳도 미국이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그러나 ‘세 자매 사건’은 빈부격차의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안전망 전반에 대수술이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1990년 독일 통일을 앞두고 구 동독권의 사람들이 그들의 꿈에 대해 말한 것이 기억난다. 그들은 통일이 되면 부자들이 살고 있는 서독 땅에 가서 돈을 번 다음 동독 땅에 돌아와서 여생을 지내고 싶다고 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정을 나누며 서로 돌보아줄 수 있는 좋은 이웃이 동독 지역에 많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보면서 오늘날 우리 한국 사회에 혹시 부자는 많아졌지만 좋은 이웃은 더 적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이번 사건을 한 목회자가 관심을 가지고 우리 사회에 알렸다는 것이 희망과 함께 해법의 일단을 제시해 준다.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한 발 앞서 구멍 뚫린 사회안전망을 보수해 나가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과 재능을 가난하고 헐벗고 병들고 굶주린 사람들을 돌아보고 그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사용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는 길이고, 어둠을 물리치기 위해 빛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작은 예수의 삶이다. 우리 모두 소외된 이웃에게 우리가 가진 것들을 아낌없이 베풀고 나누는 성숙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가자.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