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스로 세비 깎겠다고 경쟁하는 美 의원들

입력 2013-02-12 18:07

정치권을 보면 이따금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가 뭐 그리 힘든 일인지 차일피일 미루는 모양새가 그렇다.

여야가 국회의원 세비 30% 삭감과 정수 축소에 의견을 같이한 때는 18대 대선 전인 지난해 12월 6일이다. 당시 정치쇄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을 의식해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전격 발표한 것을 민주통합당이 수용했다. 민주당은 한 발 더 나아가 국회의원 겸직 금지 문제도 합의하자고 제안해 정치쇄신 방안이 곧 입법화될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실천되지 못한 채 대선이 치러졌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승리로 끝난 대선 이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이목이 쏠리자 여야는 정치쇄신책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정치권의 꼼수는 오래 가지 못했다. 국회의원 연금 128억원을 새해 예산안에 슬쩍 끼워 넣은 채 처리하고, 새해 예산 심의 과정에서 ‘쪽지예산’ 파문이 불거지면서 정치쇄신이 시급한 과제로 다시 등장한 것이다. 여야가 지난달 22일 국회의원 겸직 금지, 국회의원 연금제도 개혁 등을 골자로 한 국회 쇄신법안을 제출하고, 민주당이 지난 2일 워크숍에서 국회의원 세비 30% 삭감 및 겸직 금지 등이 담긴 ‘민주당의 신조’라는 결의문까지 채택한 것은 따가운 비판여론 때문이었다. 정치권의 이런 행태로 인해 2월 임시국회에서 정치쇄신안을 처리하겠다는 여야의 다짐이 미덥지 않다.

미국의 113대 의회가 출범한 지 한 달 만에 상·하원 의원들이 스스로 세비를 줄이자는 법안을 잇달아 제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자는 법안을 제출한 이도 있다. 국가의 재정 상황이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고, 서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고통을 분담하자는 차원이다.

우리나라 사정도 별로 좋지 않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은 지난해 세비를 15% 이상 올린 데 이어 이번 설 때는 1인당 380만원이 넘는 명절 휴가비를 받아갔다. 이래놓고 인사청문회에 나선 공직자들을 나무란다면 국민들이 웃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