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차 전력수급계획 무엇이 문제인가… 석탄 화력발전소 확대, “온실가스 감축 역행”
입력 2013-02-12 22:55
지식경제부는 영흥화력 7,8호기를 포함, 2027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소를 12개(1580만㎾) 늘리겠다는 계획을 담은 제6차 전력수급계획을 지난 7일 확정했다. 이 기간 중 늘어나는 발전설비 2957만㎾의 절반 이상이다. 석탄화력발전소 비중의 확대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정책에 역행하고 수도권 대기개선 노력과 계획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영흥화력발전 7, 8호기가 지경부 계획대로 유연탄 발전소로 지어질지 여부는 앞으로 새 정부의 에너지 및 환경정책 향방을 좌우할 큰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제6차 전력수급계획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전력요금 인상의 유보와 석탄화력 발전 비중의 확대 및 송전망 건설계획의 미비 등이다. 특히 전력요금을 낮게 책정함으로써 전력요금 인상율을 물가상승률의 3분의1 수준으로 낮게 상정했다는 것, 발전소 증설이 화력발전소 밀집 지역에 집중된다는 점 등은 계속 쟁점이 될 전망이다.
◇석탄화력발전소 비중 확대, 특정지역에 집중=6차 계획에는 18기의 석탄화력 및 LNG복합 발전소 추가 건설 계획(1580만㎾ 규모)이 담겼다. 이 가운데 3분의 2인 12기의 발전소(1074만㎾)가 석탄 발전소로 건설된다. 이에 따라 석탄화력 발전의 비중은 최대전력 기여도 기준으로 2020년 35.2%, 2027년 34.6%에 이르게 된다. 이는 2년 전 5차 계획 때 같은 연도의 석탄화력 비중 각각 29.7%, 27.9%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다.
또한 지금도 충남과 인천에 밀집한 화력발전소는 6차 계획대로라면 강원도 해안을 포함해 충남, 인천 등의 특정 지역 밀집도가 높아지게 된다. 신규 석탄화력 발전소 가운데 절반인 6기, 발전용량으로는 600만㎾(55.9%)가 강원도 강릉과 삼척에 집중돼 있다. 충남의 경우 당진복합 5호기, 신서천 1,2호기 등 3기가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다.
지역에너지통계연보의 2010년 전국 광역시도별 전력 소비량대비 발전량을 보면 충남이 304.8%로 가장 높고, 인천이 287.6%로 그 다음, 전남(261.5%), 부산(201.8%), 경남(198.3%) 순이다. 반면 광주(0.5%), 대구(1.0%), 대전(2.2%), 서울(3.3%) 등은 전력 생산을 거의 전적으로 다른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이같은 전력 공급과 소비의 불균형은 발전소 입지의 주민반발을 격화시킨다.
인천시 옹진군에 영흥도 화력 발전 7,8호기를 석탄 발전소로 증설하는 것을 놓고는 찬성 측과 반대 측이 팽팽하게 대립해 첨예한 지역갈등을 낳고 있다. 조경두 인천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발전사로부터 받는 주민지원금의 비중이 큰 옹진군으로서는 찬성할 수밖에 없지만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이 늘어나는 인천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대기오염 악화=내년까지 10년간 3조원을 쏟아 붓는 수도권대기개선특별대책의 효과가 화력발전소 증설에 따른 오염물질 증가로 인해 상쇄될 것으로 우려된다. ‘수도권대기특별법’에는 수도권에서 고체연료를 발전연료로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남동발전은 앞으로 증설하는 발전설비에 대해서는 ‘청정연료’를 사용한다고 약속했다. 남동발전은 그러나 약속을 뒤집고 영흥화력 7,8호기 연료는 LNG 대신 석탄을 쓰겠다고 고집하고 있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연료 협의는 환경영향평가협의조건 중 하나”라며 “청정연료로의 계획변경을 요구하거나 (대기오염 영향이 심한) 인천을 ‘입지 부적합’으로 판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석탄화력발전소 굴뚝에서 나오는 먼지는 집진설비를 거친다. 하지만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미세먼지(PM10)가 많이 포함돼 있다. 1000㎿의 석탄 화력발전소는 매일 8000여t의 석탄을 태우고 800∼1120t의 석탄재를 남긴다. 대기중으로는 미세먼지를 비롯해 아황산가스, 이산화황, 이산화질소, 독성 수은분진 등을 내뿜는다. 미국 환경청(EPA)에 따르면 미국에서 석탄발전소 배출물로 인해 폐암환자 2800명을 포함, 매년 1만3200명이 숨지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차츰 폐쇄해 가고 있다.
미세먼지는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먼 곳까지 영향을 미친다. 지금도 경기도 동쪽 끝의 양주, 이천, 여주 등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2011년에 각각 72㎍/㎥, 66㎍/㎥, 63㎍/㎥ 등으로 서울(47㎍/㎥)은 물론 경기도 평균(57㎍/㎥)이나 인천 평균(55㎍/㎥)보다 더 높은 실정이다. 국립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중국으로부터의 오염물질, 바람의 방향, 지역단위 오염원 등 변수가 많아서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인천지역 화력발전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실가스 다량배출, 전기요금 적절 인상 외면=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에 거듭 빨간 불이 켜졌다. 전력 1㎾를 생산할 때 석탄은 온실가스를 991g, 석유는 782g, LNG는 549g, 태양광은 57g을 각각 뿜어낸다. 환경부가 6차 전력수급계획에 제시된 신규 발전설비를 반영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예측한 결과 2020년에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2억6800만tCO₂e(여섯 가지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단위)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정부가 2011년 제시한 배출전망치인 2억4200만tCO₂e(2020년)보다 10% 이상 많다. 국제적으로 공표된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달성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환경부 박천규 기후대기정책관은 “6차 전력수급계획 전체에 반대한다”면서 “중대한 온실가스 배출량 변동에 관해 지경부는 환경부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지경부는 6차 수급계획을 통해 2024년의 전력 소비량(7133억㎾)과 최대 전력량(1억1660만㎾)을 2년 전에 수립한 5차 계획 전망치보다 각각 9.2%, 8.5% 늘려 잡았다. 이에 따라 2027년까지 15년간 전력소비량은 연평균 3.4%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근본적 문제는 전기요금을 물가상승률 전망치의 3분의1 수준에서 묶어두겠다는 점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지식경제위 야당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지난 30년간 전기요금 추세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1980년대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되기 시작하면서 전기가 남아돌아 10년간 9차례나 전기요금을 깎아주던 시절까지 답습하겠다는 것이다. 경북대 진상현 교수는 “앞으로 15년간 사실상 전기요금을 깎아주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면서 수요관리가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요컨대 일부 전기요금의 단계적 대폭 인상과 에너지 세제의 친환경적 개편이 시급하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