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홍은주] 파레토 효율과 공정사회
입력 2013-02-12 17:41
동반성장위원회가 최근 제과점, 음식점 등 16개 업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추가 지정하면서 후폭풍이 적지 않다. 우선 프랜차이즈업계는 작은 가게에서 시작해 끊임없는 노력과 창의성으로 성장해 온 전문기업들이 엉뚱하게 중기적합업종에 포함돼 역차별을 당하게 됐다고 분노한다.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성장규모를 억제하는 ‘피터팬 신드롬’의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와 정부 규제가 경제의 효율적 분배기능을 훼손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반면 지정을 피하게 된 업종의 대기업은 보란 듯이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 원래 서비스업 중기적합업종 지정 움직임은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재벌그룹이 피자와 치킨 등을 판매하고 빵가게, 라면가게, 동네 음식점까지 독식하자 자영업자와 골목상권이 비명을 지르면서 시작됐다. 그런데 단일 업종으로 작은 가게에서 성장한 중견기업은 규제 대상이 되고 정작 규제를 피한 대기업에는 확장의 명분과 날개를 달아준 셈이 된 것이다.
중기적합업종 지정을 둘러싸고 벌어진 이번 논란의 핵심에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분배의 정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원래 시장에서 자원이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어설픈 개입보다는 시장기능에 맡기는 게 좋다는 것이 전통적인 경제학의 믿음이며 경험이다. 경쟁시장의 수요와 공급, 가격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의 메커니즘을 통해 효율적 자원분배가 이뤄지고 교환과 생산의 최적상태, 즉 파레토 효율(Pareto Efficiency)이 달성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파레토 효율이 반드시 사회적 공정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수의 소비자를 놓고 ‘효용을 극대화하는 자율적 선택’에 맡긴다고는 하지만 대규모 자본뿐 아니라 영업력, 광고력을 가진 대기업과 전 재산을 털어 어렵게 치킨집이나 피자가게, 커피숍 등을 차린 영세 자영업자 간에 동등한 수준의 경쟁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베이비부머들이 무더기로 은퇴기에 접어들어 왕성한 창업을 하게 될 머지않은 미래에는 골목상권을 둘러싼 사회적 공정성 논란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결국 ‘파레토 효율’과 ‘사회적 공정성’ 사이의 대체(trade-off)관계는 정부가 중재하는 국민적 합의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데 향후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는 몇 가지 고려할 만한 핵심 포인트가 있다. 첫째, 경제의 효율을 위해서는 정부의 직접 규제는 가능한 최소화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기업 직접 규제는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제한하는 것 등이다.
둘째, 문어발식 확장이 아닌 단일 업종으로 출발한 기업은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되 해당 기업이 골목상권 자영업자들과 공생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기업이 직영점포를 통한 확장 대신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성장하도록 유도하고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프랜차이즈에 가입한 서민들에게 폭리를 취하지 않도록 공정거래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 등이 반드시 필요한 선결조치가 될 것이다. 적정이익이 보장된다면 실패 우려가 큰 소규모 독립창업보다는 프랜차이즈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대기업의 자율적인 절제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자들과 한판 진검승부를 벌여야 하는 판에 대기업들이 돈 벌기 쉽다고 골목상권을 놓고 벌이는 싸움은 누가 보기에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더 나쁜 것은 자율 규제가 따르지 않는 무분별과 탐욕이 대기업 전체에 비효율적인 외부 규제를 불러들이는 ‘명분’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한번 덧씌워진 외부 규제는 해당 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두고두고 경제 전체의 효율악화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파레토 효율이 공정성과 일치되는 개념으로 정착되기 위해 대기업의 자발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절실한 이유이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