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7년10개월 만에 마감… 내달 중 ‘콘클라베’

입력 2013-02-12 00:12

제265대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갑작스러운 사임 발표는 고령으로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더 이상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베네딕토 교황은 11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지난 몇 달간 기력이 악화해 직무를 제대로 이행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오는 4월 16일로 만 86세가 되는 그는 교황 임기를 7년10개월 만에 마감하게 됐다.

◇598년 만의 교황 사임=교황은 사실상 종신직이다. 한번 교황으로 선출되면 선종(사망)할 때까지 사임하지 않는 것이 오랜 관례였다. 2000년 넘는 교회 역사를 통틀어 교황이 자진 사임한 것은 5차례에 불과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가장 최근에 사임한 교황은 1415년 그레고리 12세였다.

베네딕토 교황은 성명에서 자신의 사임에 대해 “교황직은 본질적인 종교적 본성 때문에 언행은 물론 그에 못지않게 기도와 고난으로 수행돼야 하는 것이지만, 고령으로 직무 수행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는 완전한 자의에 의해 2005년 4월 19일 추기경단이 나에게 부여한 교황직 포기를 선언한다”고 덧붙였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바티칸 대변인은 “새 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 ‘콘클라베’가 3월 중 열릴 것”이라며 “부활절 이전에는 새 교황이 즉위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딕토 교황은 퇴위 직후 로마 근처의 별장에서 한동안 머문 뒤 바티칸 내 수도원에서 지낼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교황의 친형인 게오르크 라칭거(89)는 “교황 나이가 부담이 됐다”고 d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베네딕토 교황은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종한 2005년 4월 78세로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고령에 뇌졸중 병력까지 있어 선출 당시부터 건강 우려가 따랐다.

◇보수 및 교회 전통 중시=베네딕토 교황에게는 기독교 신앙의 쇠퇴와 세속화에 맞서 교회의 전통적 가치 회복을 주창했다는 평가가 따른다. 반면 보수적 성향이 강해 가톨릭의 현대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된다.

베네딕토 교황의 본명은 요제프 알로이스 라칭거다. 교회 역사상 8번째 독일인 교황이다. 1951년 사제 서품을 받았으며, 신학박사로서 1960년대에는 독일 프라이징신학대와 튀빙겐대학 등에서 신학을 강의했다. 그에게는 소신이 강한 학자이자 유능한 행정가라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21세기 유럽 최고 지성의 신학자라는 칭송도 따른다. 동성애, 이혼, 인간복제 등에 반대했고 해방신학, 종교다원주의, 여성 사제 서품 문제에 대해서도 보수적 시각을 유지했다. 교회 전통을 되살리고자 취임 이후 교황 의상을 다시 착용했다.

◇여러 논란들=베네딕토 교황 재임 시 여러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14세 때 나치의 청소년 조직인 ‘히틀러 유겐트’에 강제로 가입해 활동한 경력이 문제가 됐다.

그는 얼마 전 “나의 10대 시절은 자신들이 모든 답을 갖고 있다고 믿는 사악한 정권에 의해 훼손당했다. 나치는 괴물 그 자체였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지난해에는 전 집사인 파올로 가브리엘레의 집에서 엄청난 양의 비밀문서와 금덩이, 고액 수표 등이 발견되는 이른바 ‘바티리크스(Vatileaks)’ 파문이 일어났다. 또 재임 중 사제들의 과거 아동 성추행 추문 때문에 수차례 사과하기도 했다.

남혁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