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3일부터 사순절… “한국교회, 예수 고난·죽음 묵상하며 더 성숙하게”
입력 2013-02-11 19:52
“성경적인 소박한 삶을 묵상하며 실천해가는 훈련의 기간으로 삼고 싶어요.”
김선아(34·여·서울소일교회)씨는 올해 사순절을 앞두고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난한’ 마음을 들여다보며 소비 지향적이었던 자신의 삶을 회개하고 성경말씀에 근거한 검소한 생활습관으로 바꿔가는 연단의 시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2월 13일∼3월 30일. 올해 사순절 기간이다. 부활주일(3월31일)을 기점으로 역산해서 이 기간에 포함된 6번의 주일을 뺀 40일.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해 부활주일 직전까지 이어지는 사순절은 교회 절기 의미상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에 초점이 맞춰진다. 대다수 교회와 성도들은 이 기간 ‘봄을 기다리는 겨울’의 마음으로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을 묵상하고 회개하며, 예수의 마음을 담는 시간을 갖는다. 2013년 사순절을 맞이하는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의 다짐과 결단을 들어봤다.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이동춘 총회장의 사순절은 한국교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전히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한국교회에 어떻게 하면 바른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묵상하고자 합니다. 교단의 내·외적인 부흥과 건강성을 위해서도 기도할 거고요.”
한일장신대 총장을 지낸 정장복 목사의 사순절 키워드는 ‘한반도’와 ‘연단’이다. “북한의 핵실험 여부를 두고 걱정과 불안함이 가득한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동시에 ‘십자가 이후의 부활’처럼 고통의 연단을 거친 뒤에 도래할 평화로운 한반도의 미래를 소망하며 마음을 모아 기도할 때입니다.”
많은 목회자들과 성도들은 고단한 현실과 평범한 일상 속에서 십자가 신앙에 담긴 메시지를 되새기고 실천하는 기간으로 삼는다.
16년째 강원도 원주에서 빈민사역을 해오고 있는 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는 “꼭 예수님의 삶은 아니더라도 십자가의 고난을 떠올리며 사순절 기간에 묵상할 몇 가지 주제를 정해 놨다”면서 “사역을 시작했을 때의 초심과 우리가 섬기는 사역 대상자들을 대할 때 모심(母心)을 잃지 않도록 예수님의 마음을 품는 것”이라고 전했다.
경기도 고양시 거룩한빛광성교회 오현재(35) 청년부 담당 목사는 “사순절은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사랑과 희생, 헌신을 기억하는 시간”이라며 “묵상과 예배로 일상을 채우고, 그리스도인답게 살기 위해 작은 것부터 실천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에서 개척교회를 섬기고 있는 김길수(예향교회) 목사는 “매년 사순절 특별새벽기도회를 갖고 있다”면서 “올해도 부활절에 개최하는 새명 초청 잔치를 앞두고 새신자의 영혼 구원을 위해 마음을 모아 기도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서울 신사동 푸른나무교회 성가대 지휘자인 김세희씨는 “사순절 의미를 깊이 되새길 수 있도록 예수님의 고난과 아픔을 더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찬양을 선곡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 단기봉사활동을 떠났다가 순교한 고 배형규 목사의 부친인 배호중(78·제주 영락교회) 장로가 매년 맞이하는 사순절 기도제목은 한결같다. “순교자의 가족으로서 헌신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세상을 향한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묵상하는 크리스천들은 안재웅 한국YMCA전국연맹 이사장이 품고 다니는 올해 사순절 기도제목을 함께 나눌 만하다.
“주님은 나로 하여금 사랑의 실천에 나서도록 명령하십니다. 주님, 이 땅에 생명과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고 화해와 용서, 정의와 사랑이 넘쳐나는 사회가 되도록 나서는데 있어서 담대한 용기를 주소서. 선하신 주님처럼 나도 선한 마음을 품고 주님의 뜻을 이 땅에 이뤄가는 제자가 되도록 도와주소서.”
박재찬 천지우 최승욱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