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방의 선물’ 설극장가 흥행 돌풍… 2013년 개봉작중 첫 600만
입력 2013-02-11 18:14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7번방의 선물’(감독 이환경)이 설 연휴에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며 올해 개봉작 가운데 처음으로 관객 600만명을 넘어섰다. 11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7번방의 선물’(이하 ‘7번방’)은 10일 현재 누적 관객 628만여명을 모았다. 지난달 23일 개봉 이래 19일째에 달성한 기록이다.
이 영화의 흥행 속도는 지난해 ‘광해, 왕이 된 남자’(1232만 관객)가 개봉 20일째에 600만명을 넘은 것보다 하루 빠르다. ‘7번방’은 흥행 기세를 몰아 조만간 관객 7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30일 개봉 이후 ‘7번방’과 함께 ‘쌍끌이’로 관객을 모으고 있는 ‘베를린’(감독 류승완)은 누적 관객 418만여명을 기록했다.
‘7번방’은 6세 지능을 가진 아빠 용구와 7세 딸 예승의 절절한 사랑을 그린 영화. 세상의 오해로 수감된 ‘딸바보’ 용구와 7번방 수감자들이 예승을 교도소로 데려오기 위한 과정을 그린 감동 코미디다.
◇각박한 사회, 따뜻한 영화가 통했다=경기는 침체됐고, 세상은 각박하다. 관객은 답답한 마음을 해소할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환경(43) 감독은 10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 영화가 관객들이 쉽게 웃고 울 수 있는,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해방구가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7번방’을 늘 먹는 된장국에 비유했다. 이 감독은 “자주 먹지만 왠지 촌스럽고 후져 보이는 된장국 같은 영화다. 악인이 없고 따뜻한, 그래서 다소 밋밋할 수도 있는 가족영화다. 화려한 비주얼이 돋보이는 스파게티나 와인 같은 영화를 쫓아가던 관객들이 화려함보다는 진정성을 알아봐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그도 이 정도의 흥행은 예상 못 했다. “편집을 하면서 관객이 울고 웃는 사이클을 맞추려고 고민했다. 배급사의 시사평점이 역대 최고여서 300만명만 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다음 작품을 또 찍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개봉 첫 주에 손익분기점인 160만∼170만명을 넘어섰다”며 웃었다.
영화에 악인이 없다는 것이 제작사의 우려였다. 이 감독은 “내 영화에서는 나쁜 사람도 나중에 선한 사람이 된다. 칼부림과 남의 등치는 얘기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이런 동화 같은 얘기가 통하겠냐는 우려가 많았다. 전작인 ‘챔프’(2011)와 ‘각설탕’(2006)도 그래서 흥행이 잘 안됐다. 이번엔 ‘세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바보연기 류승룡과 사랑스러운 아역 갈소원=순진무구한 정신지체 아빠와 똘똘하고 예쁜 딸. 두 배우의 힘이 컸다.
지난해 ‘내 아내의 모든 것’과 ‘광해, 왕이 된 남자’로 명품 연기를 선보인 류승룡(43). 그는 그동안 도전해보지 않은 정신지체인 역에 첫 주연이라는 부담감 속에서도 절절한 연기로 관객을 울렸다. 오달수 박원상 김정태 정만식 등 충무로 막강 조연들의 연기는 과하지 않아서 더 좋았다. 코믹연기로는 일가견이 있는 오달수도 이번엔 절제하면서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전했다.
관객의 눈에 확 들어온 아역배우는 갈소원(7). 2006년생인 갈소원은 이 영화로 ‘한국의 다코타 패닝’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연기경험이 거의 없는 어린아이라고는 믿기 힘든 연기력으로 관객의 눈물을 쏙 빼놓았다. 극중 예승이라는 이름은 이 감독의 큰딸 이름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연기를 굉장히 잘하는 아역배우도 있었지만, 소원이가 눈에 확 들어왔다. 빛이 났고 탁 튀는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기세라면 ‘7번방’의 1000만 관객도 기대해 볼만하다. 이 감독은 “1000만 관객 영화는 하늘이 내리는 것”이라며 “지금도 충분히 감사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