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잃었지만 아이들의 빛이 되어 줄 선생님… 시각장애 극복하고 교사임용시험 합격한 남기현씨
입력 2013-02-11 21:44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열심히 가르치는 제 모습을 통해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싶습니다.”
오는 3월부터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새내기 영어교사’ 남기현(24·대구대 영어교육과4)씨는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후천적 시각장애인(1급)이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05년 망막에 색소가 쌓이면서 시야가 좁아지는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장애를 딛고 올해 서울 중등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하며 오래 간직해 온 교사의 꿈을 이뤘다.
남씨는 시각장애 진단을 받은 뒤 조금씩 더 나빠지는 시력 때문에 휴학과 임용고시 재수를 거듭했다. 대학 2학년 때인 2009년부터 1년간은 아예 책을 읽지 못하게 돼 휴학을 했다. 점자를 익힌 남씨는 점자정보단말기로 공부를 했다. 남씨는 “점자를 너무 늦게 배운 탓에 읽는 속도가 느려 임용고시 공부가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대신 과목 당 한 권의 책을 정해 평균 3독(讀) 이상 하며 깊이 있게 공부하려고 애썼다”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영어교사를 꿈꾸는 남씨가 자신만의 영어공부 방법으로 빠른 시간 내에 많은 문제를 풀어내야 하는 토익(TOEIC)이나 토플(TOEFL) 대신 라디오 영어방송을 택한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매일 아침 6시부터 시작되는 라디오 영어방송을 하루도 빠짐없이 녹음해 수없이 반복해 들으며 영어 실력을 키운 결과 이제는 회화 실력도 꽤 유창해졌다.
“제 노력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모교 장애학생지원센터의 도움으로 학교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는 남씨는 시각장애인으로서 더 넓은 세계에 도전하기 위해 연고가 있는 대구가 아닌 서울지역 임용고시에 지원했다. 남씨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장애를 계기로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막연하게 품고 있던 교사의 꿈이 더욱 뚜렷해졌다”며 “장애를 극복한 경험이 아이들을 바른 길로 지도하고 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달 교단에 설 상상을 하며 여러 가지 학습법을 연구하고 있다는 남씨는 학생들에게 영어를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는 영어교사가 되는 게 목표다. 남씨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영어를 학문이나 과목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영어를 학문이 아닌 하나의 언어로 쉽고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돕고 싶다”며 “앞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영어교육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고, 기회가 된다면 평소 즐겨 듣던 교육방송 등을 통해서도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소망”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