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경원] ‘자영업자 성공기’의 위험한 진실

입력 2013-02-11 17:41

“누군가의 성공담만 좇는다면 자영업의 세계에서 필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승환(26) 미스터에프 대표는 11일 자신이 개발한 분식업체 직영점을 내게 해 달라는 요청이 쏟아져 난감하다고 털어놓았다. 프랜차이즈에 맞선 청년창업자의 ‘골목상권 분투기’가 보도된 뒤 기자에게는 이 대표의 연락처를 알려 달라는 전화와 이메일이 쇄도했다. 대개 은퇴 이후 창업을 원하는 장년층이었다. “손대는 사업마다 실패했는데 한 줄기 빛을 본 것 같다”며 매달리는 사람도 있었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이 대표로서도 직영점 요청은 일견 고마운 제안이다. 하지만 ‘한 줄기 빛’인 이 대표는 완곡하게 거절을 표시했다고 한다. 소문과 유행만 좇아 창업에 뛰어들면 불황을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입소문과 의욕만으로 사업을 해낼 수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진입문턱이 낮고 유행에 솔깃한 자영업 시장이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라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각종 통계가 자영업의 그늘을 가리킨다. 소상공인진흥원에 따르면 2004년 이후 연평균 신설 사업체는 59만5336곳, 휴·폐업 사업체는 57만7501곳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가 571만8000여명으로 2011년보다 12만4000여명 늘었다. 하지만 국세청은 그중 2011년에 폐업한 숫자만 82만9669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아이디어와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자영업자의 성공기는 위험한 신화일 뿐이다. 이 대표도 처음에는 시행착오에 부딪혀 프랜차이즈 ‘죠스떡볶이’ 가맹점을 운영하고 싶어 했다. 그는 “계약이 끝나면 아무런 노하우도 없이 그저 그런 자영업자로 전락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아찔했다”며 “일식 기술자를 찾아다니고 밤새워 튀김 반죽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이경원 경제부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