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전기요금 폭탄 3대 난방기기 ‘주범’… 정부, EHP 보급확대 ‘부메랑’

입력 2013-02-11 17:41


서울 강북구에 사는 이상호(52)씨는 지난해 12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월 평균 6만6000원 정도의 전기요금이 18만원으로 3배 가까이 폭증했다. 일찍 찾아온 강추위에 전기담요와 전기히터를 많이 사용했던 게 화근이었다. 월 평균 400kwH 안팎이던 전기 사용량이 12월에는 600kwH를 넘겼다. 사용량은 50% 늘었는데 요금은 2.7배 늘었다.

전력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누진제의 요금폭탄 위력에도 불구하고 겨울철 전력 수요는 꺾이지 않고 있다. 특히 가정용 전력 사용은 냉난방 겸용 시스템에어컨(EHP) 보급 확대와 때 맞춰 급증했다. 정부가 EHP를 고효율 전기제품으로 인증하고 2008년부터 자금 융자를 해주는 등 각종 특혜를 제공한 것이 주 요인이었다. 그러나 이로 인해 2000년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연간 10%대를 유지했던 전력예비율이 2007년 이후 한 자릿수로 낮아진 뒤 매년 감소하고 있다. 전력예비율은 전력공급 능력에서 최대전력(피크)을 뺀 수치를 최대 전력 수요로 나누어 산출한 것이다.

경북대 진상현 교수는 “EHP에 대한 개별소비세(5%)를 면제하고 공공기관이 보급할 때 기관평가 가산점을 주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런 보급 장려책 덕분에 EHP 보급대수는 2008년 9만3426대, 2009년 9만661대로 정점에 달했다.

EHP뿐 아니라 전기온풍기, 전기스토브 등 전기 난방기기 증가로 겨울철 전력 수요가 폭증했다. 시스템에어컨(23.4%), 전기온풍기(23.4%), 전기스토브(16.1%) 등 3대 전기 난방기가 전기난방 수요의 63%를 차지한다. 그 결과 여름철에 단골로 일어나던 최대전력 발생 일시가 2009년부터 겨울철로 넘어갔다. 전력예비율은 2009년 7.9%, 2011년 5.5%에 이어 2012년 5.2%까지 낮아졌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겨울철 최대전력 가운데 전기난방 비중이 과거 20% 안팎이었으나 최근에는 약 25%로 늘었다”고 말했다.

전기난방은 1차 에너지(화석연료, 원자력 등)를 사용해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라지는 열 손실이 60%에 이른다. 이 전기를 다시 난방에 쓰는 과정에서 다시 60∼80%의 전력 손실이 생긴다. 서울대 문승일 교수는 “전기로 난방하는 것은 생수로 세탁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지경부는 겨울철 최대전력 증가 추세에 따라 2011년 10월 EHP에 대한 혜택들을 뒤늦게 폐지했지만 겨울철 피크와 전력예비율 감소 추세는 그치지 않고 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