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랑 살래” 아이 의견이 法… 법원 “자녀가 거부하면 양육권자라도 못데려가”
입력 2013-02-11 21:43
아이가 원하지 않는다면 양육권자로 지정된 엄마라 해도 아이를 데려갈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A씨(39·여)와 B씨(42)는 결혼한 지 3년 만인 2008년 파경을 맞았다. 당시 법원은 두 사람을 아들(6)의 공동 친권·양육자로 지정하고 6개월마다 번갈아가면서 아이를 양육하도록 했다. 그러나 B씨는 6개월이 지난 뒤에도 아들을 부인에게 넘기지 않았고, 양육권을 놓고 소송을 벌였지만 2009년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듬해 법원집행관이 법원의 인도 결정에 따라 아이를 데리러 갔지만 남편은 아이를 껴안고 놓아주지 않았고, 법원집행관은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A씨는 2012년 다시 강제집행을 시도했다. A씨는 이번에는 B씨가 없는 유치원에서 직접 아이를 데려올 것을 요청했다. 법원집행관은 유치원 담임선생님이 동석한 자리에서 아이에게 “엄마와 같이 살겠느냐”고 물었다. 만 6살이 된 아이는 ‘아빠와 같이 살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법원집행관은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빈손으로 돌아섰다.
결국 A씨는 “아이가 거부한다는 이유로 인도집행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며 집행에 관한 이의 신청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02단독 손흥수 판사는 “6살이 된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 중 누구와 살 것인지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표명하는 데 특별한 제약이나 문제가 없다”며 “아이가 의사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의사에 반해 행동을 속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유아인도에 대한 집행절차는 인간의 도리에 어긋남이 없어야 하고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