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아내 속박… 남편에 파경 책임
입력 2013-02-11 23:52
30년이 넘는 결혼생활 내내 자신의 기준에 맞춰 아내를 속박하고 통제한 남편에게 이혼의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A씨(61·여)는 1972년 가족의 소개로 B씨(65)를 만나 가정을 꾸렸다. A씨는 가정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했다. 결혼 직후 직장을 잃은 남편이 낚시로 소일할 때도 야채장사와 식당일을 하면서 생활비를 조달했다. 1980년 B씨는 다시 직장을 얻게 됐지만 이를 빌미로 부인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저녁식사는 늘 같은 시간에 차려져 있어야 했다. 함께 잠자리에 들면 기를 빼앗긴다는 이유로 부인은 거실에서 혼자 잠을 자야 했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B씨는 집안 살림을 부수고 부인을 폭행했다. 암에 걸린 딸이 발작을 일으켜 A씨가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했을 때도 B씨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 딸이 숨진 지 1시간이 지나서야 귀가한 남편은 되레 A씨에게 화를 내며 폭행하기도 했다.
남은 아들의 교육비 마련 등을 위한 지출도 고스란히 A씨의 몫이었다. 2006년 퇴직한 남편으로부터 제대로 생활비 등을 받지 못한 A씨는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 생활하다 결국 신용불량자가 됐다. A씨는 빚을 갚기 위해 미싱일을 하기도 했고, 과로로 쓰러지기도 했지만 남편은 일하다 늦은 아내를 집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했다.
견디다 못한 A씨는 2011년 집을 나오면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부장판사 김귀옥)는 “A씨를 지나치게 통제하고 감시하며 무시한 점을 고려하면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은 B씨에게 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B씨는 A씨에게 위자료 2000만원과 재산분할금 1억5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정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