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2부)] 파독 대가 상업차관說 진실은
입력 2013-02-11 17:46
파독 간호사와 광부가 송금한 봉급은 우리나라 경제부흥의 불씨가 됐다. 한 해 수출액이 수억 달러에 머물며 1달러가 아쉽던 시절, 이들이 매년 국내에 송금한 1000만 달러에 달하는 외화는 산업화의 밑거름이 됐다. 그 무렵 ‘한국 정부가 파독 간호사와 광부의 임금을 독일의 한 은행에 예치하는 조건으로 상업차관을 들여왔다’는 소문이 돌았다. 1960년대 초반 우리 정부가 독일에서 1억5000만 마르크(약 3500만 달러)의 차관을 들여온 것도 그럴싸한 근거가 됐다. 독일 정부에 지급보증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광부 5000명, 간호사 2000명을 파견하는 조건으로 차관을 받았다는 얘기다. 차관담보설은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도 믿게 됐고, 이후 각종 서적에 이 같은 얘기가 인용되면서 소문은 정설처럼 굳어졌다.
하지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1998년 파독이 이뤄진 시점보다 차관 제공 논의가 더 앞서 있어 차관담보설은 근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정부 문서 등을 광범위하게 조사한 결과 어떤 과정에서도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임금을 담보로 잡아 상업차관을 들여 온 사실이 없었다”고 발표했다.
나혜심 성균관대 연구교수도 지난해 펴낸 연구서인 ‘독일로 간 한인 간호여성’에서 “개인 병원이나 기관들에 충원될 노동력이 국가적인 사업을 위해 볼모로 잡혀 있었다는 것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파독 간호사들이 한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지만 그들은 국가에 의해서 강제적으로 이주 조치된 이들이 아니며 다만 그 조건이 주어졌을 때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스스로 그 길을 나선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의 희생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다소 과장된 차관담보설이 제기됐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이 독일로부터 들여온 차관 이상의 효과를 내며 ‘한강의 기적’의 밑거름이 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진실화해위는 “약간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당시 파독 광부·간호사의 국내 산업에 대한 기여도는 매우 컸다”고 설명했다.
한장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