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관급 격상된 경호실 비대화 우려된다

입력 2013-02-11 17:19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육군 참모총장 출신의 4성 장군을 경호실장에 임명한 것은 부모와 자신에 대한 테러의 정신적 충격 때문일 것이다. 남북 분단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갈수록 긴장의 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경호실 강화의 명분으로 작용했다. 그렇지만 50만 육군의 수장 출신을 신변 경호 책임자로 앉힌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박 당선인은 경호실의 임무를 과도하게 중시한다는 느낌을 준다. 경호실은 대통령과 그 가족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뿐이다. 대통령에 준하는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 권한대행의 경호도 책임지지만 예외적인 경우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현 정부는 이전과 달리 경호처로 규모를 축소해 운영해왔지만 그 결과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무엇보다 요인에 대한 테러 방어는 군보다는 경찰 쪽에 오히려 전문성이 있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군은 적이 침입했을 경우 정규전이나 국지전을 주도하는 것이 주 임무다. 민간인과 항상 접촉하는 경찰이 경호와 훨씬 더 가까운 거리에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경호 자체의 전문성을 중시하는 것이 세계적인 경향이기도 하다. 육참총장 출신이라고 경호를 더 잘 할 것이란 것은 막연한 기대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고대로부터 현대까지의 암살사를 연구한 학자들도 군 출신보다는 경호 전문가들이 테러 방지에 훨씬 효율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도 군 출신을 경호실장으로 임명하지 않고 경호의 전문성을 중시하고 있다. 비밀 경호국 국장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도 없다. 경호는 우리처럼 요란하게 떠벌리는 것이 아니고 조용히 움직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무실도 백악관이 아니라 워싱턴 시내에 있다. 경호책임자가 내각이나 참모회의에 참석하는 법도 없다. 후진국처럼 직급을 높이고 요란한 사열이나 하는 과시형이 아니라 철저한 사전 정보에 의한 조용한 경호로 전환한 지 오래란 의미다.

육군 참모총장은 우리 정규군을 대표하는 군의 최고 정점에 있다. 적과의 전쟁을 위해 존재하는 군의 상징이 육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경호실장 인사는 유감이다. 국토방위를 위해 밤잠 자지 않고 휴전선을 지키는 수많은 사병과 장교들이 자신들의 수장 출신이 대통령 신변 경호를 담당하는 자리로 갔다는 사실에 얼마나 실망할 것인지 생각해보기나 했는지 묻고 싶다.

우리 국민들 사이에는 대통령 경호실에 대한 유쾌하지 못한 기억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 아픈 기억이 뇌리에 생생한데 고위급 군 장성 출신을 경호실장에 굳이 앉혀야만 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무튼 당선인의 인사권을 존중한다. 불필요한 걱정일지는 모르겠지만 경호실은 대통령과 가족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역할에만 충실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