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김용백] 도시새마을운동이 필요하다
입력 2013-02-11 17:23
얼마 전 세종시 한 낡은 집에서 불이 났다. 화재로 집은 거의 무너지다시피 훼손됐고 함께 살던 거동 불편한 80대 노모와 지체장애1급 40대 아들이 숨졌다. 낡은 집이 제때 인명 구조를 할 수 없게 한 요인들 중 하나였다.
이런 낡은 주택들은 전국에 산재해 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91% 이상이 사는 도시의 오래된 주택과 불량주택의 상황은 심각하다. 그곳에 이른바 ‘주거빈곤’자들, ‘주거약자’들이 살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정책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을 제외한 인구 5만∼49만의 지방중소도시 43곳에는 31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 비율이 13.7%다. 광역시는 8.0%, 전국 평균은 9.7%다. 소득이 낮은 가구일수록 결함을 지닌 주택에 사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낡은 가옥, 불량주택 넘쳐나
무허가 주택이 60% 이상인 달동네의 주거환경은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도로율이 10% 수준이어서 방범·소방 접근성이 떨어진다. 더욱이 취약계층인 거동 불편자나 경제력이 낮은 고령자들이 주로 거주해 긴급의료 접근성, 폭염이나 한파 등에 대비마저 미흡한 실정이다. 한 평(3.3㎡) 남짓한 단칸방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쪽방촌의 쪽방 80% 이상이 공동화장실을 이용하고 화장실이 아예 없는 경우도 6∼7%나 된다고 한다. 고시원, 비닐하우스, 숙박업소 객실, 컨테이너 등에 사는 사람들의 통계는 제대로 잡히지도 않는다. 이는 스스로의 주거지 정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거환경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정신적 트라우마를 낳는다. 요즘 TV드라마에서 서울 달동네 주민부터 시작해 퍼스트레이디로 청와대에 입성하는 역할을 연기하는 영화배우 수애의 얘기는 귀담아 들을 만하다. 구두수선공의 큰딸이었던 수애는 소녀시절 서울 봉천동 달동네에서 살았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꿈이 있어도 이룰 수 있는 기회나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일찍 깨달은 아이’ ‘가지고 싶은 것도 없고 포기도 빠른 아이’ 등의 표현으로 어린 시절 마음의 상처를 얘기했다.
최근 들어 지방자치단체들이 주거복지를 위해 조례를 잇달아 제정하는 것은 다행스럽다. 주거약자들이 적정 수준의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집수리 지원, 임대료 보조사업 등에 힘을 쏟겠다는 취지다. 주거약자의 범위를 설정해 장애인, 고령자, 기초생활 수급자 등의 주거문제를 보편적 복지 영역으로 확대해 관리하겠다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국토부는 1·2단계(2001∼2013년) 사업에 이어 내년부터 2018년까지 주거환경개선사업 3단계 사업의 기본방침을 마련하는 중이다. 노후주거지 재생을 위한 방안을 확정한다고 한다. 이 3단계 사업은 박근혜 정부와 궤를 거의 같이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대선 때 “‘다시 한 번 잘 살아 보세’ 신화를 이루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힌’ 새마을운동에 대한 향수(鄕愁)를 자극하는 것이었다. 지난달 경북도에서 그 새마을운동을 개발도상국 등에 보급한다는 목표로 새마을세계화재단이 출범했다. 그 발상지인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도시 새마을운동이 펼쳐져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나눔·소통·상생의 도시공동체 삶이 이뤄지도록 말이다.
주거는 인권과 복지의 문제
주거문제는 인권문제이자 복지문제다. 주거빈곤자들이 비참하지 않은 주거시설을 갖춘 주택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차상위계층의 주거빈곤에 대한 성찰과 지원이 간과돼선 안 된다.
새 정부는 국고지원 비율을 높이는 등의 방법으로 주거문제 해결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국가 차원에서 적절한 주거시설 및 주거환경 기준을 세워 적극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용백 사회2부장 yb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