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층간소음 갈등, 배려와 소통으로 해결해야
입력 2013-02-11 17:18
설 연휴기간 중에 부모 집을 찾은 30대 형제가 아랫집에 사는 사람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 다세대주택 1층에 사는 40대 남성이 윗집에 불을 질러 가족 6명이 화상을 입는 등 크게 다치는 사건도 발생했다. 모두 사소한 ‘층간소음’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가족, 친척뿐 아니라 이웃과도 따뜻한 정을 나누는 설에 발생한 사건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층간소음 문제가 이웃 간에 감정을 상하는 단계를 넘어 폭력, 살인사건으로 비화된 지는 오래됐다. 2010년 3월 대구에서는 50대 남자가 위층에서 나는 소음을 참지 못해 살인을 저지른 사건이 있었고, 지난해 10월 광주에서는 사람이 죽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사소한 폭력사태나 말다툼 정도는 이야깃거리도 아닌 게 현실이다.
우리 국민이 아파트, 연립,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은 65%에 달한다. 2010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전체 주택의 82.8%가 공동주택이다. 그런데 많은 공동주택 거주자들이 윗집의 화장실 물소리, 피아노 소리, 애완동물 울음 소리 등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해결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환경부는 ‘공동주택 층간소음 진단 서비스’를 통해 소음 측정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서울시를 비롯한 많은 지자체가 상담전화 등을 운영하며 갈등을 중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폭력사태 같은 극단적인 상황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층간소음 관리규칙’을 만들어 시행한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이곳 주민들은 한데 모여 의견을 나눈 끝에 규칙을 만들어 갈등을 해결하고 있다.
물론 이웃이 누군지도 모르는 현실에서 주민들이 모여 규칙을 만드는 게 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웃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지 돌아보고, 이야기를 나눠 갈등을 극복하려는 노력이다.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조금씩 양보하는 마음가짐이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