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환자 가족, 변이 유전자 유무 확인해야… 손기영 서울대병원 교수와 문답으로 풀어보는 암 검진

입력 2013-02-11 16:33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평균수명(81세)까지 생존 시 한국인의 암 발생 확률은 34%다. 국민 3명 중 1명은 암을 앓게 되는 셈이다.

암 전문가들은 의학적 관점에서 암의 3분의 1은 식습관 개선과 금연 실천, 간염백신 접종, 운동 등으로 예방할 수 있고, 3분의 1은 조기 발견할 경우 완치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적절한 치료 및 예방 활동을 통해 암의 60∼70%를 극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손기영 교수의 도움말로 암 검진에 대한 궁금증을 문답으로 풀어보자. 손 교수는 14일 오후 3시 서울대 어린이병원 임상 제2강의실에서 ‘암 검진의 올바른 이해’란 제목으로 강연한다.

Q. 암 검진을 굳이 따로 받아야 하나?

A. 모든 건강검진이 그렇듯 암 검진의 목적 역시 암을 발병 초기에 발견, 치료해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줄이는 데 있다. 암 진단 및 치료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암에 의한 사망자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현대의학은 아직 암을 완전히 정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발병 초기 발견한 암의 경우엔 거의 대부분 싹을 도려내는 데 성공, 완치로 이끌고 있다.

실제로 과거엔 암 진단이 곧 사망 선고로 받아들여지곤 했는데, 지금은 암 진단자의 약 33%가 적절한 치료를 통해 완치 판정을 받고 있다. 또 약 33%는 암 증상 완화와 더불어 생명을 수년 이상 연장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모두 암 검진을 통해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암을 발견하게 된 덕분이다. 우리나라는 요즘 자궁경부암과 위암 완치율이 90%를 상회하고 있다. 이 역시 암 검진 효과다. 내시경 검사가 보편화되지 못했던 20년 전만 해도 자궁경부암과 위암을 지각 발견하면 진단자 2명 중 1명은 사망했다.

Q. 암 검진은 어떤 게 좋은가?

A. 암 검진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원하는 국가 조기암 검진 프로그램과 일반 병원에서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암 검진 프로그램, 크게 두 종류가 있다.

국가 조기암 검진 프로그램이란 한국인에게 많이 발생하고, 조기 발견 시 치료에 따른 이득이 훨씬 더 많다고 인정되는 위암, 대장암, 자궁경부암, 유방암, 간암 등 5대 암을 대상으로 정부가 검진비를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40세 이상 성인 남녀는 누구나 2∼3년 주기로 검진 받도록 설계돼 있다. 검진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일선 의료기관에서 소득수준에 따라 무료 혹은 검진비 일부만 부담하고 저렴하게 받을 수 있다.

민간 병원의 암 검진 프로그램은 이와 별도로 희망자에 한해 시행되는 것이다. PET-CT 추가 여부를 포함해 병원에 따라 적게는 ‘기본’ 130만원(순천향대병원)에서 많게는 337만원(국립암센터)짜리까지 다양한 상품이 나와 있다.<표 참조>

Q. 암 검진을 받기 전에 고려해야 할 것은?

A. 암에 대한 위험도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생활습관 차이나 동반된 다른 질환, 가족력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거나 낮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흡연자의 경우 폐암 발생 위험도가 비(非)흡연자에 비해 훨씬 높아서 폐암 검진을 해야 할 필요성이 비흡연자에 비해 더 크기 마련이다.

또 직계가족 가운데 유방암 환자가 있는 경우에도 유전자 검사를 통해 ‘BRCA’라는 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만약 검사결과 BRCA 유전자가 있는 것으로 나오면 언젠가 암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정기적으로 유방 X선 촬영 검사를 받는 등 암 예방 및 조기 발견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Q. 암표지자 검사는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A. 피검사로 몸속에 암세포가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선전하는 건강진단기관이 있다. 이들 기관이 검사결과 암표지자 수치가 높게 나왔다고 하면 ‘암 공포’에 빠지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른바 암표지자 검사는 췌장암, 난소암, 전립선암, 대장암, 간암 등을 선별할 목적으로 흔히 시행된다.

암표지자 수치는 과연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일까. 손 교수는 “현존하는 암표지자 검사 중 유방암의 BRCA, 간암의 AFP, 전립선암의 PSA 등 일부를 제외하면 의학적으로 뚜렷한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는 게 정설”이라고 답했다. 심지어 간암 표지자 AFP의 경우에도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에 한해 권장되고 있을 뿐이다. 또 전립선암 표지자 PSA 역시 효용성 논란이 일고 있다.

손 교수는 “암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정보를 얻을 수 있긴 하지만 실제로 핏속에서 이들 표지자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왔다고 해서 암이 생겼다고 얘기할 수 없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설명했다. 한 예로 치명적인 췌장암의 표지자로 널리 알려진 CA19-9의 경우 수치가 높아졌을 때 실제 췌장에 암세포가 존재할 가능성은 2% 이하에 그친다는 것.

손 교수는 “일반적으로 예방을 위해 암 검진 프로그램을 이용하고자 할 경우 국가 지원 5대 암 검진 프로그램을 빼놓지 않고 받으면서 자신의 생활습관과 필요에 따라 개인 맞춤식으로 나머지 암들에 대한 검진 프로그램을 따로 짜는 것이 권장된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