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의료기기 국산화 시급

입력 2013-02-11 16:34


의료기기산업은 국가경제의 차세대 성장동력이라고 하는 ‘헬스 테크놀로지(HT)’산업의 한 축이다. HT산업에는 이외에 바이오·제약산업과 의료서비스산업이 포함된다.

의료기기산업은 한마디로 속칭 ‘강소형’ 중소기업에 적합한 업종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오·제약산업에 비해 산업화 파이프라인과 투자비 회수기간이 짧은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이면서 제품의 수명주기가 빠르다는 것도 장점이다.

2012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의료기기 시장은 2011년 기준 2956억 달러 규모이고, 연평균 11%씩 성장하고 있다. 그해 4조3062억원 규모로 집계된 국내 시장도 연평균 7%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현재 세계 의료기기 시장은 미국 일본 독일 등 일부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첨단 의료기기 분야를 선점함과 동시에 각종 규제를 통해 타국의 시장 진입을 막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 구조는 매우 열악하고 업체들도 대부분 영세하다. 국내 의료기기 생산업체 약 2000개 중 75% 이상이 연간 10억원 미만의 생산액을 보이고 있다.

국산 의료기기 대부분은 중·저위 기술수준의 제품이다. 고부가가치의 첨단 의료기기들은 예외 없이 외국 제품을 수입해 쓴다. 의료기기가 대표적인 무역적자 산업으로 꼽히는 이유다. 2011년 한 해 동안 무역수지 격차만도 8억5000만 달러에 이른다.

국내 의료기기산업을 경제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는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국제경쟁력이 있는 원천기술과 산업화 역량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연구개발(R&D) 분야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우리 정부의 의료기기 R&D 사업비 규모는 정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여러 부처의 예산에 다양한 형태로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HT산업 분야의 국가 R&D 투자 정책을 거론할 때마다 지적되는 기술 분류체계 문제가 의료기기 쪽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투자액이 얼마인지 제대로 파악조차 안 되는 상황에서 투자 성과나 효율화를 거론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의료기기산업의 국가 R&D 투자 효율을 높이려면 독립적인 분류체계를 확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현황부터 정확히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 여러 부처가 산발적으로 예산을 편성, 자못 방만하게 운영돼온 의료기기 관련 R&D 사업의 낭비적 요소를 없애고 투자 집중도를 높일 수가 있다.

의료기기산업은 이미 세계 수준에 올라 있는 우리의 IT기술과 의료기술을 접목해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이다.

선경 고려대병원 흉부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