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시편] 사랑과 용서의 눈물이 그리워지는 때
입력 2013-02-11 16:40
미국 댈러스로 집회를 간 적이 있다. 바쁜 일정 중에도 크리스웰 목사님이 사역하셨던 댈러스침례교회를 방문하였다. 신학교 때 크리스웰 목사님이 쓴 ‘목회자 지침서’라는 책으로 공부했을 정도로 한국교회에까지 대단한 영향을 끼치신 분이다. 그때 교회 안내원이 들려준 이야기에 큰 감동을 받았다. 크리스웰 목사님은 젊었을 때 사냥하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 하루는 사냥을 가서 움직이는 물체가 보이기에 노루이거니 생각하고 총을 쏘았다. 그런데 가서 확인해 보니 노루가 아닌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이 아닌가. 크리스웰 목사님은 법의 심판도 받아야 하지만, 윤리적, 도덕적 책임을 지고 담임목사직을 사임해야만 하는 극심한 절망감에 빠졌다. 아니나 다를까, 교인들은 사람을 죽인 목사가 어떻게 목회할 수 있느냐고 당장 담임목사직을 사임하고 교회를 나가라고 난리가 났다.
그런데 중직자들이 아무리 기도해도 이대로 목사님을 내보내면 안 될 것 같은 감동이 왔다. 그래서 기도하고 또 기도하는데 한 가지 깨달음이 왔다. 목사님의 허물을 덮는 것이었다. 그래서 성도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목사님의 허물을 사랑과 용서로 덮읍시다. 오히려 우리가 더 훌륭한 목사님이 되도록 눈물로 기도합시다.” 그래서 결국 교인들은 크리스웰 목사님의 허물을 덮고 오히려 목사님을 위해 더 눈물로 기도했다. 크리스웰 목사님은 이 엄청난 성도들의 사랑을 받고 보니 설교할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 더구나 주님이 우리의 허다한 죄와 허물을 덮는다는 사랑과 용서의 내용을 설교할 때마다 엉엉 울고 말았다. 담임목사도 울고 성도들도 울면서 교회는 울음바다가 되었다.
그 이후 댈러스침례교회는 미국 최대의 교회로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크리스웰 목사님은 온 댈러스를 복음화하고 미국침례교 총회장, 세계침례교연맹 총재까지 지냈다. 결국 누가 그런 훌륭한 목사님을 만들었는가. 주님의 사랑과 용서를 실천한 댈러스침례교인들이 실족할 뻔한 지도자를 다시 위대한 영적 지도자를 세운 것이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댈러스침례교회 본당에 들어가서 눈물로 기도하였다. 그때 크리스웰 목사님을 용서한 교인들이 마치 나를 용서해 준 것처럼 너무나 감사해서 눈시울을 적셨다. 그래서 댈러스침례교회 교인들뿐만 아니라 그의 후손들까지 잘되도록 기도하였다.
지금 한국교회는 사랑과 용서의 복음보다는 윤리와 도덕의 칼날이 무섭게 휘둘러지는 때다. 물론 교회 지도자는 윤리와 도덕 앞에 더 엄격한 적용을 받고 허물이 없도록 살펴야 한다. 특히 지행일치, 언행일치의 본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목회자도 인간인데 완벽할 수만 있겠는가. 본의 아닌 실수가 있고 피치 못할 허물을 남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인들이 지도자의 허물을 사랑과 용서로 덮고 세워주면 그 지도자는 크리스웰 목사님처럼 얼마나 울먹거리는 감동으로 목회를 하겠는가. 지금 한국교회는 파인딩(finding)보다는 메이킹(making)이 더 중요한 때이다. 한국교회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 상황인가. 크리스웰 목사님의 허물을 덮고 세워주었던 댈라스 침례교인들의 사랑과 용서의 눈물이 그리워진다.
<용인 새에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