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전통시장용 온누리 상품권 ‘현금 깡’ 기승

입력 2013-02-07 18:45


“온누리 상품권 얼마에 매입하나요?”

유동인구가 많은 울산 남구 삼산동 일대 상품권가게에는 7일 온누리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꾸려는 사람들로 줄을 잇고 있었다. 판매·매입 때 수수료는 가게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수수료 6∼9%를 뗀 나머지 금액을 현금으로 바꿔줬다.

현대중공업 작업복 차림의 A씨(37)는 “업체로부터 1만원짜리 온누리 상품권 20장을 받았는데 쓸 일도 없어 다시 되판다”면서 “수수료가 아깝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온누리 상품권이 본래 취지와는 달리 상품권 판매·매입처에서 수수료 일부를 제외하고 공공연히 현금화되고 있다. 이른바 ‘현금 깡’이다.

온누리 상품권 유통물량이 늘자 아예 시장 상인과 손잡고 전문적으로 ‘현금 깡’을 하는 전문업체들까지 생길 정도다. 상품권 할인매입업체 관계자는 “최근 들어 온누리 상품권만 하루평균 2000만원정도 매입된다”면서 “필요한 손님한테 3%를 제외하고 다시 되팔거나 시장 상인들에게 넘긴다”고 귀띔했다. 온누리 상품권이 시장활성화보다는 깡 업자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울산 남구 신정시장에서 25년째 식육점을 하고 있는 김정윤(64·여)씨는 “온누리 상품권이 대량 유통됐다는 뉴스가 있지만 실제 시장에서 유통되는 상품권은 얼마 안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는 지난 1월 한 달 간 울산지역 전통시장을 돕기 위해 판매된 온누리 상품권이 35억원어치에 달한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가 28억1000만원어치, 현대중공업 6000만원어치, ㈜유진버스 1500만원어치 등을 구입했다.

시와 5개 구·군 지자체들은 직원들 상대로 의무적으로 10만원씩 구매하도록 해 5억4000만원 상당의 온누리 상품권을 팔았다. 공무원들은 시의 방침에 따라 복지포인트에서 10만원씩을 차감했다.

울산시청 한 공무원은 “지역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명목 아래 상품권을 강매하는 보여주기식 행정을 하고 있다”면서 “전통시장 상품권 발행만 늘린다고 전통시장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고 개선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울산 =글·사진 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