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 대책 3자회동] “3자 함께한 모습, 국민께 큰 설 선물”… 초당 대처 한목소리
입력 2013-02-07 22:19
대통령 당선인과 야당 대표가 대선 이후 50일 만에 손을 맞잡게 된 계기는 북한이었다. 치열한 대선 전을 치른 후 좀처럼 화해하지 못했던 박근혜 당선인과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북한의 3차 핵실험이라는 초당적 사안 앞에서 마침내 한 목소리를 냈다. 의제는 무거웠지만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밝았다.
박 당선인은 7일 오후 2시쯤 약속 장소인 국회 귀빈식당에 도착했다. 기다리고 있던 문 위원장을 비롯해 민주당 정성호 대변인, 민병두 의원 등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50분 정도 이어진 회담에서 박 당선인과 문 위원장은 상임위 활동을 함께한 일, 해외 출장을 같이 갔던 에피소드 등을 꺼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진행했다. 두 사람은 16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서 함께 활동했고, 당 대표로 만난 2005년 4월 “민생·경제 살리기에 함께하자”며 새끼손가락을 걸어 약속했던 인연도 있다.
이날 회동에서 박 당선인은 “여야가 함께하는 모습이 국민을 조금이나마 마음 편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급하게 제의했음에도 흔쾌히 응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도 “위급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특히 당선인과 함께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국민에게 큰 설 선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라며 “안보에서 ‘얄짤없이’ 함께 간다”고 화답했다.
문 위원장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박 당선인 역시 고맙게 받아들였다. 문 위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 후보를 지지했던) 48%를 잊지 말고 100%의 대통령이 돼 달라”고 주문했다. 또 “모든 국민을 껴안고 출범 후 100일이 중요하니 일정표를 만들어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에 박 당선인이 “48%를 잊지 않겠다. 공통된 민생 공약을 실행하자는 제안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아울러 양측은 북핵 문제에서 시작된 3자 회동을 통해 새 정부 출범과 관련한 주요 현안까지 의제를 넓힘으로써 국정 동반자로서 처음으로 보폭을 맞추는 성과도 올렸다. 민주당으로선 그간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인식돼온 안보 문제에서 당선인 및 여당과 인식을 같이함으로써 이미지를 쇄신하는 기회도 잡았다. 새누리당으로서도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터진 각종 내우외환에서 ‘상생 정치의 계기’를 마련하며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회담 분위기를 반영하듯 박 당선인 측 박선규 대변인과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 민주당 정성호 대변인 등 3명은 회담 후 한 자리에서 공동브리핑을 실시했다. 박 대변인은 국회 회견장인 정론관에서 공동브리핑을 마친 뒤 “중요한 국정 현안에 대해 책임 있는 여야 대표, 당선인이 언제든 마주앉아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정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 때에는 야당과 이런 게 별로 없지 않았느냐. 야당과 만난 것 자체가 아주 의미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현길 임성수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