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 저지 압박] 中 “혈맹 금가도 핵무장 막아야”… 전례없는 회초리

입력 2013-02-07 23:05

중국이 북한을 겨냥해 한층 강화된 압박 카드를 빼들었다. 이번 중국의 대응은 예사롭지 않다. 과거와는 달리 핵실험 이전에 이미 북한의 주요 돈줄부터 옥죄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입장은 무엇보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가 지난달 23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대량살상무기 방지가 한반도 평화와 안전에 있어서 필수조건”이라고 밝힌 데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 한반도의 위기만큼은 피해보겠다는 의도다.

특히 가·차명계좌 개설 금지, 북한 노무인력 중국 송출 차단 등 조치를 취한 것은 북한 지도부 자금의 자국 내 은닉을 막아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미 2005∼2006년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자금 2500만 달러에 대한 미국 금융당국의 동결조치로 북한 지도부가 곤혹스러워했던 것을 목격한 중국으로선 효과적인 압박카드다. 명분도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결의 2087호는 핵 및 미사일에 관련되지 않더라도 북한 금융기관의 모든 활동을 감시하도록 했다.

중국은 1·2차 핵실험 당시에는 대북 압박에 나서면서도 수위 조절을 해왔고, 특히 미국 주도의 제재에 맞서 북한의 보호막 역할을 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진행되는 강도 높은 압박 카드는 혈맹인 북·중 관계가 일부 손상되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핵실험 중단을 촉구하겠다는 중국 최고지도부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중국은 실제로 지닌달부터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북한에 경고음을 전달해 왔다. 중국 외교부가 1월 말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를 수차례 불러 핵실험 중단을 요구한 것도 이런 절차 중 하나다. 그러나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7일 “지 대사는 중국의 압박을 아예 외면하면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전략으로 맞섰다”고 전했다. 또 “현재로서는 중·북 사이에 고위급 접촉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은 최후의 수단까지 꺼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체제 유지의 생명선이나 다름 없는 식량과 석유 원조마저 끊을 경우 급변사태에 봉착할 가능성은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에 연간 식량 30만∼40만t, 원유 50만t을 거의 무료로 공급해 왔다. 식량 원조량은 북한의 한 해 식량 부족분 60만∼80만t의 절반, 원유는 한 해 석유 소비량의 절반에 각각 해당한다. 다른 소식통은 “중국이 핵실험 이후 북한에 제재를 가하게 되는 상황을 미리 거론하는 것을 꺼리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이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또 핵실험 저지를 위해 대북 특사를 파견할 계획이 없다는 사실도 미국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중 관계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의 부부장급 당국자는 지난달 25일 글린 데이비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만나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그동안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운신의 폭을 넓히는 전략을 구사해 온 중국으로선 이례적이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