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혼돈 튀니지 “내각 해산”… 야당 지도자 피격 파문
입력 2013-02-08 00:11
하마디 제발리 튀니지 총리가 야당 지도자 암살로 촉발된 정국 혼란 진화에 나섰다. 제발리 총리는 6일(현지시간) 이슬람주의 내각을 해산하고 초당파적 과도 내각을 구성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총리가 소속된 집권당은 이에 반대했다. 경제 실패, 권력을 쥔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 갈등에 따른 대규모 시위는 이집트 혼란과 꼭 닮았다. 두 나라는 2011년 ‘아랍의 봄’을 겪었다.
제발리 총리는 좌파 정치연합체 ‘대중전선’ 지도자 초크리 벨라이드(48)가 암살된 6일 밤 TV 기자회견을 갖고 “내각을 해산하고 기술 관료로 구성된 과도 내각을 구성하겠다. 최대한 빨리 총선을 앞당기겠다”고 약속했다. 암살 세력으로 지목된 엔나다흐당의 라체드 간누치 대표는 연루설을 강력 부인했다. 그는 “투자와 관광을 위축시킬 게 뻔한데 집권당이 암살을 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로이터통신을 통해 항변했다. 튀니지 실업률은 혁명 전 13%에서 25%로, 물가상승률은 3%에서 5.5%로 악화됐다.
암살된 벨라이드는 정권의 지속적 비판자였다. 그는 암살 전날 “조직적 폭력이 만연하다”고 집권당과 살라피스트(이슬람 극단주의)를 호되게 비난했다. 정권이 근대 문화, 자유민주주의적 사고를 배척하는 살라피스트를 용인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또 정권이 부유한 아랍에미리트나 카타르의 꼭두각시라고 비난했다.
지난달 몬세프 마루주키 대통령이 ‘내전’ 가능성을 경고할 만큼 세속주의·이슬람주의 갈등은 최근 극에 달한 상황이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벨라이드의 사망을 “폭력 분위기가 고조된 튀니지에서 일어난 가장 심각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6~7일 튀니지 ‘혁명의 요람’이었던 사디 부지드, 마흐디아, 수세, 모나스티르 지역에선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시위대는 집권당사, 경찰서에 불을 지르고 경찰은 최루가스로 대응했다. 경찰 1명은 진압 과정에서 사망했다. 시위에 나선 소우아드(40·교사)는 “오늘은 튀니지 현대사에서 암흑의 날”이라며 “그들이 계속 권력을 쥐면 튀니지가 핏속으로 가라앉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대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나가라”고 외쳤다.
튀니지 최대 노동단체인 튀니지노동연맹(UGTT)는 웹사이트를 통해 7일부터 총파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벨라이드 장례식 일정에 맞춘 파업 돌입이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