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서러운 설? 더 따뜻한 날!… 이웃 독거 어르신들 외로운 손 꼭 잡아주세요

입력 2013-02-07 23:04


서울 수유동의 한 평(3.3㎡) 남짓한 방에서 30년째 혼자 살고 있는 한을숙(가명·81)씨는 매년 찾아오는 설이 고통스럽다.

한씨는 6일 오후 반찬을 전하러 온 대한나눔복지회 조현두(50) 대표에게 “명절이 다가오면 자식들 생각이 난다. 내 삶이 비참하고 지난 세월이 후회스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내가 죽으면 이 방 보증금 300만원을 빼서 장례를 치러 달라”고 부탁했다.

정부나 사회복지 단체 등의 지원에 의지해 생활하는 한씨는 거동이 불편해 외출을 거의 하지 못하고 비좁은 방에서 하루하루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한씨는 6·25전쟁 때 고향인 평안북도를 떠나 서울에 정착했다. 37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 전 재산인 집을 팔아 큰아들을 공부시켰다. 큰아들은 명문대를 졸업하고 국가공무원이 됐지만 한씨에겐 또 다른 시련이 닥쳤다.

큰아들은 자신의 결혼을 한씨가 반대했다는 이유로 결혼과 함께 연락을 끊었다. 둘째아들마저 “내가 고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한 것은 형과 어머니 때문”이라는 원망 섞인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간 뒤 소식이 없다. 이후 한씨는 의지할 가족 한 명 없이 외롭게 살아야 했다.

조 대표는 7일 “개인주의가 확산되면서 호적상으로는 가족이 있어도 실질적으로는 가족과의 연대가 전혀 없는 상태로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2011년 8월 심장마비로 숨진 지 두 달 만에 발견된 김기훈(가명·당시 82)씨도 그런 경우다. 통계청 공무원이었던 김씨는 평범한 가장이었으나 이혼 뒤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아내는 아들과 딸을 데리고 미국으로 이민을 간 뒤 연락을 완전히 끊었다. 김씨는 돋보기와 안경, 성경책만을 남기고 텅 빈 집에서 홀로 죽음을 맞았다. 김씨의 사망 소식을 듣고 찾아온 딸은 유산이 없는 아버지 시신의 인도를 거부하고 그냥 미국으로 돌아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독거어르신 수는 118만7000명에 달한다. 가족 등 연고가 없는 상태에서 혼자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무연고 사망자 수도 매년 1000여명이나 된다. 독거어르신들 중에는 원래 가족이 없는 사람도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가정이 붕괴되면서 홀로 살게 된 경우가 더 많다. 설 등 명절이 다가오면 가족과 고향의 따뜻함이 더욱 절절해지지만 홀로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고통의 시간일 뿐이다.

조 대표는 “독거어르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타인과의 교류”라면서 “주변의 이웃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면 이런 분들이 덜 외롭게 노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