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조작 파장 獨·日 확산… 싱가포르선 환율조작
입력 2013-02-07 17:59
지난해 유럽금융 허브인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대형 은행들의 금리조작 파문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이어 일본 도쿄까지 확산됐다. 특히 이는 싱가포르 외환시장 환율 조작으로까지 번지면서 사상 최대의 국제금융 스캔들로 비화되고 있다.
영국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은 리보(LIBOR·런던은행 간 금리) 조작으로 총 6억1200만 달러(약 6600억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고 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과 영국 금융 감독당국은 RBS가 리보금리 조작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며 거액의 벌금을 부과했다.
RBS는 허위로 기재된 리보 금리 자료를 시장에 제공하는 등의 수법으로 금리옵션 시장 등에서 부당이익을 얻었다. 금융감독 당국은 이 은행의 트레이더들이 리보 하락 쪽에 맞춰 선물·옵션 상품을 계약한 뒤 다른 은행들에 근무하는 옛 동료와 짜고 금리를 낮춰 보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트레이더들은 이메일을 통해 “금리를 낮추거나 높여 달라”며 조작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리보는 런던은행들이 단기자금을 빌릴 때 적용되는 금리로, 전 세계 350조 달러(약 38경원)에 달하는 예금과 대출, 각종 파생금융상품 거래의 기준금리로 이용된다.
특히 RBS는 2008년 금융위기로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가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회생한 은행이다. 영국 정부가 82%의 지분을 갖고 있어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운영 중인 곳이다. RBS가 리보 조작으로 내야 할 벌금은 지난해 12월 스위스 최대은행 UBS가 납부키로 한 벌금 15억 달러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은 지난해 6월 4억5000만 달러 벌금을 부과 받았다.
독일의 도이체방크도 유리보(EURIBOR·유럽은행 간 금리) 조작에 연계된 것으로 나타난 트레이더 5명을 정직시켰다. 미국과 유럽 금융당국은 리보 조작과 관련해 20개가 넘는 초대형 은행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일본도 금리 조작 파문에서 비켜나지 못했다. 일본 금융당국 조사를 받고 있는 전 유명 트레이더 다카타 히데토는 일본 은행들이 인위적으로 티보(TIBOR·도쿄은행 간 금리)를 조작해 왔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은 전방위 조사에 나섰다. 일본 금융청 대변인은 특히 RBS의 리보 조작에 관련된 직원들이 과거 일본 자회사인 RBS 시큐리티스 재팬에 근무했다는 점을 들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혐의가 드러나면 이 업체에 최장 6개월간 영업정지 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
외환시장의 환율 조작 파문도 커지고 있다. 싱가포르 중앙은행은 도쿄에 이어 아시아 2위의 외환시장인 싱가포르의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환율 조작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의 외환 트레이더들이 서로 짜고 아시아지역 통화의 선물환 결제에 쓰이는 환율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