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2배 컸는데 수익성 뚝… 증권사 ‘속빈 강정’
입력 2013-02-07 22:38
국내 증권사들이 무리하게 덩치만 키웠지 내실은 다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가 계속될 경우 재정건전성 악화 등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총자산이 269조7125억원이라고 7일 집계했다. 세계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보다 90.4%(127조5702억원) 불어나면서 4년 만에 거의 2배가 됐다.
일반 은행의 총자산이 같은 기간 1167조4461억원에서 1258조9812억원으로 7.84%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2008년 은행권의 12.1%였던 증권사 규모는 지난해 21.4%로 커졌다.
증권사별 자산은 대우증권이 25조3667억원으로 업계 1위였다. 이어 우리투자증권(24조8435억원), 현대증권(17조4351억원), 삼성증권(16조9785억원), 미래에셋증권(16조7441억원)이 뒤를 이었다.
주요 증권사들은 2007년 자본시장통합법 제정 이후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외국 투자은행(IB) 같은 대형 IB가 되겠다며 자산을 늘렸다. 삼성·대우·우리투자·현대·한국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가 2011년 말 실시한 유상증자 금액만 3조5000억원에 달한다.
주식시장 불황으로 채권 연계 금융상품에 돈이 몰린 점도 증권사 자산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총자산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 자산 규모는 79조1028억원으로 총자산의 44.7%를 차지한다.
반면 증권사들의 수익성은 해마다 크게 줄었다. 순이익을 총자산으로 나눈 총자산순이익률(ROA)은 2009년 2분기 0.95%에서 지난해 0.21%까지 떨어졌다. 증시 부진에다 제대로 된 수익 기반이 없어 순이익이 자산 증가를 못 따라간 것이다. 증권사들은 여전히 수익의 절반 이상을 고객 대신 증권을 거래해주고 받는 위탁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다.
그 사이 해외 IB와의 수익성 격차는 더 벌어졌다. 국내에 진출한 해외 IB의 ROA는 지난해 1.32%로 국내 증권사의 6.28배 수준이다. 4년 전에는 2.08배였다. 2008년 이후 해외 IB의 자산 규모가 3.98%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국내 증권사는 내실 없이 몸집만 불린 셈이다.
대신증권 강승건 연구원은 “채권 발행 주관사로 참여한 증권사 중에서는 매각되지 않은 채권 보유가 늘면서 부채도 함께 증가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채권 자산 규모가 큰 상황에서 시중금리가 오르면 채권 평가이익 감소로 증권사 수익성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