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의 명절나기] 노숙·탈북인의 설날은… 떡국과 윷놀이 기도로 ‘영적 양식’까지
입력 2013-02-07 17:24
주로 역 주변에서 머무르는 노숙인들은 설에 더욱 깊은 소외감을 느낀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선물을 챙겨 고향으로 내려가는 행렬을 눈앞에서 보면서도 고향에 내려갈 수 없기 때문이다. 교계 노숙인 사역단체와 교회에서는 이들을 위한 다채로운 설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노숙인 지원단체인 서울 서계동 민족사랑공동체는 8∼11일 인천 강화군 성광수도원에서 서울역 주변의 노숙인 150명과 함께 영성을 기르고 재활의 의지를 다지는 시간을 갖는다. 1999년부터 설 추석 등 명절에 이 같은 ‘사랑나라’ 행사를 열었다.
민족사랑교회의 담임이자 공동체 대표인 유수영 목사는 “이번 41번째 사랑나라에선 미술·음악 치료뿐 아니라 ‘하늘의 평안’ ‘사랑의 힘’ ‘세상을 이길 힘’ 등을 주제로 영성을 통한 재활 의지를 다지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설 연휴 기간 노숙인을 위한 부흥회를 여는 교회도 있다. 서울 창신동 상가건물 2층에 있는 등대교회는 8∼10일 부흥회를 연다. 노숙인 70여명이 참여하는 부흥회가 끝난 뒤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로션 등의 작은 선물을 나눌 예정이다. 윷놀이, 장기·바둑 대회, 영화 상영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등대교회 김양옥 목사는 “8년 전부터 설 명절에 노숙인이나 쪽방 주민들을 위한 행사를 열었다”며 “노숙인들은 떠들썩한 명절에 하나님의 사랑이 더욱 절실해진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 광양교회도 9∼11일 노숙인 100여명을 초대해 부흥회를 연다.
12년째 노숙인 사역을 하는 밥사랑열린공동체(대표 박희돈 목사)는 9∼11일 서울 영등포역 광장에서 떡국과 소고기국밥으로 노숙인들을 대접한다. 서울 도림동 도림교회(정명철 목사)는 쇠고기를 구입해 지역 독거노인 100여명에게 전달한다.
한국교회희망봉사단(대표 김삼환 목사)은 9∼11일 서울 동자동 쪽방촌과 성민교회 일대에서 쪽방촌 주민 1000여 가구에 9끼 식사를 제공하고 선물을 나눠준다. 이번 ‘주민들과 함께하는 설날 잔치’에선 고향을 떠나온 새터민들로 구성된 ‘고향의봄실버합창단’과 ‘평화예술봉사단’ 회원들이 문화공연을 하고 배식 등의 자원봉사를 할 예정이다.
북녘 땅을 바라보며 망향의 한을 달래는 새터민 크리스천들도 있다.
서울 신정동 새터교회(강철호 목사)는 10일 예배를 드린 뒤 새터민들과 함께 북한 땅이 보이는 통일전망대에 가서 쓸쓸한 마음을 달래기로 했다. 2007년 북한을 탈출한 새터민 A씨(46·여)는 “북에서는 김일성, 김정일 생일 다음으로 큰 명절이 설날”이라며 “종교활동이 금지돼서 교회에 가서 모임을 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떡도 하고 설음식을 차리는 풍습은 이어진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