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황태순] 북핵위기 직면한 새 정부

입력 2013-02-07 17:39


위기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북한은 2006년과 2009년에 각각 핵실험을 했다. 그러나 이번에 핵실험을 한다면 그때와는 전혀 다른 국면에 접어든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12일 미국 서부지역까지 도달할 수 있는 로켓 은하3호 발사에 성공했다. 핵탄두와 운반체의 결합으로 미국까지 위협할 수 있는 핵무장 국가가 되는 것이다.

역부족이다. 1993년 1차 북핵위기 이후 국제사회는 북한을 윽박지르기도 했고 어르기도 해봤다. 하지만 북한은 자신들의 시간표대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 왔다. 수백만 명이 굶어 죽어가는 고난의 행군을 하면서도 결코 핵보유국의 꿈을 접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한 고비만을 남겨두고 있다. 때문에 북한은 누가 뭐라고 해도 핵실험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시련이다.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대북정책의 골간으로 하고 있다. 남과 북이 신뢰를 회복하고 이를 바탕으로 평화공존을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런데 뜻을 채 펴보기도 전에 좌초할 운명이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는 순간 한반도 문제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 세 나라의 이해관계와 직결되면서 완전히 우리의 손을 떠나게 된다.

안타깝다.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는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늘 첨예하게 맞붙는 지점이다. 지금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과 일본의 해양세력이 압도하던 20세기를 지나 지금 21세기 대륙세력인 중국이 굴기하고 있다. 거대한 두 세력이 충돌하다 보니 파열음이 날 수밖에 없다. 거기에 북한이 외세개입의 빌미까지 제공하고 있으니 딱한 지경이다.

모르는 바는 아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늘 침략의 공포 속에 떨고 있다. 6·25전쟁 중에 평양에 성한 집이 세 채 밖에 없었다고 한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을 하면 북한은 서너 달씩 초비상이 걸린다. 때문에 죽기 살기로 핵을 개발하겠다고 나선다. 하지만 그럴수록 스스로의 명줄을 짧게 하고 한반도의 운명 또한 어둡게 하고 있다.

달리 방법이 없다. 사실 현재 우리의 처지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수밖에 없다.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레버리지(지렛대)가 거의 없다. 그래도 북한에 가장 커다란 영향력을 갖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하지만 중국도 북한의 막가파식 행동을 딱히 제어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아무리 유엔 안보리에서 앙앙불락을 해도 북한에게는 마이동풍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도 대비해야 한다. 아무리 우리의 영향력이 제한적이고 북한의 행동이 예측불가능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야 한다. 안보와 외교 투 트랙으로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여 필사적인 외교전을 펼쳐야 한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그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여 중장기적 관점에서 대처해 나가야만 한다.

리더십 공백기다. 대선 이후 취임식까지 67일은 대통령과 당선인 간에 책임과 권한이 혼재한다. 때문에 안보적 위기 앞에 그 어느 때보다 두 지도자 간의 긴밀한 협력과 조율이 필요하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당선인은 대선 이틀 후에 만나 양측에서 각각 6명씩 참여하는 ‘비상경제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어제 박근혜 당선인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문희상 민주당 비대위원장이 만났다. 잘했다. 이왕이면 더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의 안보팀과 박근혜 당선인의 안보팀이 거의 붙어살다시피 해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먼저 박 당선인과 함께 청와대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외교안보수석, 정무수석, 홍보수석을 정해야 한다.

국무총리나 장관은 대체 가능하지만 청와대는 대체가 불가능하다. 대통령도 비서실도 국가안보실도 연습이 허용되지 않는 자리다. 2월 25일 박근혜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바로 숨 막히는 현실의 파도를 헤쳐 나가야 한다. 이게 냉혹한 현실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