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희성] 아이를 낳게 하는 회사

입력 2013-02-07 17:43


참 놀라운 광경이다. 탁 트인 사무실에 커다란 원목탁자가 놓여 있다. 그 위에는 이렇다 할 사무실 집기도 없고 서류더미들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부드러운 색감의 체리목 탁자 위를 기어가는 젖먹이 남자 아이와 색종이와 연필을 잔뜩 벌여놓고 종이접기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여자아이가 보인다.

그 옆에 아버지로 보이는 한 남성이 아이들을 지켜보며 노트북과 휴대전화로 업무를 보고 있다. 세 사람 모두 자기 집 거실에서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아버지와 같은 진홍색 스웨터를 입은 직장 동료들이 보이지 않았다면 집이나 카페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한 일본시사지의 저출산 특집기사에 실린 이 사진을 본 느낌은 편안함,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다. 사진 속의 주인공인 마쓰모토씨는 전업주부인 아내가 갑자기 몸이 아파서 아이 둘을 직장에 데리고 출근했다. 그런데 당사자는 물론이고 사무실 동료들 중 누구 하나 신경 쓰는 기색이 없다.

그가 다니는 직장은 지바현의 한 부동산 회사로 필요하면 언제든지 아이들을 데리고 출근할 수 있다. 또한 남녀 상관없이 누구나 아이가 아플 때 남한테 부탁할 필요 없이 직접 병원에 데려갈 수 있으며 아이의 수업참관일에 빠지지 않고 학교에 갈 수 있다. 마음 놓고 일할 수 있고 일 때문에 아이를 방치할 일도 없다. 이 회사의 ‘기업자보율(企業子寶率)’은 2.02명으로 세 명 이상의 자녀를 둔 직원이 많다.

기업자보율. 이름도 특이한 이 지표는 남녀를 불문하고 직원 한 명이 재직 중에 몇 명의 아이를 낳는가를 추계하는 것이다. 어떤 회사의 직원들이 아이를 많이 낳았을까. 각종 보조금과 출산장려정책에도 불구하고 출산을 기피했던 부모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게 한 비결이 무엇일까.

다양한 처방 속에 한 가지 공통되는 게 있었으니, 다름 아닌 경영자의 이해로 만들어낸 기업 풍토와 사내 분위기였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것을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보는 것.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을 공동체가 안고 가야 할 사회적 활동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출산 장려책이었다.

출산과 육아를 민폐로 여기고, 그것이 부모 인생의 걸림돌이 된다면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기 어렵지 않을까. 독한 맘 안 먹어도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엄마와 당연한 육아의 권리를 편안하게 누리는 아빠들의 대한민국. 내 생각의 변화가 시작점일 수도 있겠다.

김희성(일본어 통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