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민태원] 나로호 개발 10년의 교훈
입력 2013-02-07 17:43
나로호(KSLV-Ⅰ)는 하늘에 붉은 점과 하얀 연기를 남기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로부터 9분 후 나로과학위성이 목표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번의 발사 실패와 10여 차례 연기 끝에 마침내 우주 진입에 성공한 것이다.
2008년 4월 한국 첫 우주인 배출, 2009년 6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준공, 2009년 8월 나로호 1차 발사, 2010년 6월 2차 발사 그리고 지난달 30일 3차 발사까지.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본 기자의 감회는 남달랐다.
특히 앞선 두 차례 발사 실패를 지켜봤던 터라 마지막 3차 발사에서 한 치의 빈틈도 없이 힘차게 비행하는 나로호의 모습에 환호했다. 오직 나로호만 ‘해바라기’처럼 바라보고 있던 연구자와 기술진들은 오죽했을까. 한 연구원은 나로호 발사 성공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냥 앓던 이를 뺀 느낌”이라고만 했다. 그만큼 압박감이 컸다는 뜻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02년 8월 나로호 개발에 착수한 지 햇수로 11년 만에 첫 결실을 봤다. 10여년의 산고 끝에 옥동자를 낳은 기분이 말로 어디 쉽겠는가.
일각에서는 러시아에서 구입한 1단 발사체(로켓)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진정한 자력 발사는 아니라고 자세를 낮추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 외에는 모두 우리 독자 기술이 사용됐기 때문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듯하다. 물론 러시아에 2000억원의 값비싼 수업료를 내고도 1단 로켓의 핵심인 액체엔진 기술을 전수받지 못한 점은 아쉽다.
하지만 얻은 것도 많다. 세 차례의 발사 시도를 통해 전반적인 발사체 운용과 체계 기술 등 우주 개발에 필요한 노하우와 경험을 쌓았다. 게다가 두 차례의 큰 실패에도 꾸준히 박수를 보내준 우리 국민의 성숙함은 또 다른 자산이다. 이는 향후 순수 독자 기술로 추진 중인 한국형발사체(KSLV-Ⅱ) 개발의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제 관심은 한국형발사체(KSLV-Ⅱ) 개발로 모아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KSLV-Ⅱ 개발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제시한 ‘2020년 달 탐사선 발사 추진’이라는 약속을 성사시키기 위해 KSLV-Ⅱ 개발 사업을 1∼2년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당초 우주개발기본계획에는 2021년까지 KSLV-Ⅱ를 개발해 발사하고 2023년 달 탐사 궤도선, 2025년 달 착륙선을 띄우는 것으로 돼 있다.
현재로선 이 같은 공약 달성이 가능할지 판단하긴 쉽지 않다. 나로호는 개발부터 발사 성공까지 10년이 걸렸다. 2009년 첫 발사 이후 지체된 시간만 3년이 넘는다.
나로호가 기술의 절반 가까이를 러시아에 의존하고도 최종 성공까지 10년 넘게 걸렸는데, 100% 독자기술이 투입되는 KSLV-Ⅱ 개발을 그보다 훨씬 짧은 기간 안에 추진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나로호의 발사 성공에 너무 들뜬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볼 일이다. 우주개발은 장기 추진 계획에 따라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투자와 체계적 지원이 따라줘야 가능하다.
물론 늦게 시작한 만큼 공격적으로 임하면 못할 것도 없다. 새 정부에 신설될 미래창조과학부의 몫이기도 하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우주개발의 초점은 ‘얼마나 빨리’가 아니라 ‘얼마나 완벽하게’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나로호 개발 과정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이다.
민태원 정책기획부 차장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