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복지 확대 이상으로 질병예방 절실하다
입력 2013-02-07 17:44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말은 만고의 진리다. 일단 발병하면 물리적인 통증과 함께 적잖은 치료비를 감당해야 하며 치료가 어려운 중증 질환의 경우라면 걷잡을 수 없이 병증이 진행된다. 환자인 당사자는 물론 가족 전체를 고통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이뿐 아니라 공적 의료보험 재정에도 적잖은 부담을 떠안긴다. 평소에 질병 예방과 관리에 좀 더 관심을 갖는다면 개인과 가정, 그리고 사회의 고통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나라만큼 질병 예방이 요청되는 나라도 없다. 만 30세 이상 성인 3017만명 중 약 3분의 1이 고혈압(724만명), 당뇨(271만명) 등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6일 내놓은 ‘2010년 한국의료패널 기초분석 보고서’에서 전국 1만8277명을 대상으로 조사·분석해 추정한 결과다.
여기에 고(高) 콜레스테롤혈증 416만명, 우울증 135만명까지 포함하면 30대 이상 성인의 절반이 만성질환에 노출돼 있다. 이번 조사보고서는 병원의 진단기록을 토대로 한 것이기 때문에 병원을 찾지 않아 자신의 발병 사실을 모르는 이들을 포함한다면 실제 환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최근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2012년 한국인 당뇨병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환자는 320만명, 발병 직전단계가 640만명으로 약 1000만명이 이 질환을 앓고 있거나 잠재적인 환자다. 평균수명이 매년 늘고 있는 가운데 덩달아 만성질환이 기승을 부린다면 우리에게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나라의 초고속 인구고령화 상황을 고려할 때 노인의료비는 앞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 분명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65세 이상 노인의 53.2%가 만성질환 3개 이상을 동시에 앓고 있다. 정부가 공적 의료체계를 구축해 의료복지를 강화하고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예컨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4대 중증질환에 대한 지원 확대도 분명 필요하지만 예방체계를 강화하는 일은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일은 정부의 노력만으론 불가능하다. 서구화된 식단, 달고 짜게 먹는 식습관 등을 비롯해 음주·흡연에 너그러운 사회 분위기에 이르기까지 개인·사회가 더불어 달라지지 않으면 만성질환의 증가를 막을 수 없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처럼 만성질환은 당사자는 물론 그 가족과 나아가 그가 속한 사회의 공적 의료보험체계까지 뒤흔들게 된다는 점을 국민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 질병 예방과 건강관리는 국가·사회는 물론 가정·개인이 모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