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야당 지도자 출근길서 총격 사망… 시민들 “제2 혁명” 정국혼돈
입력 2013-02-06 23:21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6일(현지시간) 야당 지도자가 총에 맞아 숨졌다. ‘아랍의 봄’을 처음 일으킨 튀니지 국민들은 거리에 쏟아져 나와 “제2의 혁명”을 외치는 등 정국이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AFP통신은 좌파 야당 지도자인 쇼크리 벨라이드 민주애국당 대표가 이날 오전 수도 튀니스에 있는 자택을 나서다 괴한의 총에 머리와 목을 맞고 쓰러졌다고 보도했다. 그는 즉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초크리 가족은 집권 엔나흐다당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피격 당시 현장에는 검은 승용차에 탄 남성 3명이 목격됐다고 영국 BBC방송이 전했다.
벨라이드 대표는 이슬람 정치를 표방해온 엔나흐다당과 과격 무슬림 세력의 폭력을 앞장서서 비판해왔다. 야권 연합 논의도 주도해 왔다.
벨라이드의 피살 소식이 전해지자 치안을 담당한 내무부 건물 앞에 4000여명이 몰려가 “제2의 혁명을 요구한다”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경찰에 돌을 던지고 타이어에 불을 지르는 등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몬세프 마르주키 대통령은 이슬람협력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머물던 이집트 카이로에서 벨라이드의 피살 소식을 접하고 즉시 귀국길에 올랐다. 하마디 제발리 총리도 벨라이드의 피습은 “테러 행위”라며 야권뿐만 아니라 튀니지 전체를 향한 테러라고 비난했다. 그는 라디오에 출연해 “범인을 즉시 검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프랑수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폭력사태 확산을 우려한다”며 “튀니지 국민이 혁명의 정신을 존중하길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벨라이드는 지난 2일 프랑스24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살해 협박을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엔나흐다당이 이를 위해 용병을 고용했다고 주장했다. 마르주키 대통령은 내전이 터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튀니지에서는 2011년 1월 민주화 시위대가 지네 알 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 정권을 무너뜨리면서 독재 타도와 민주화 운동을 주변 국가로 확산시켰다. 하지만 이슬람주의자들이 이끄는 과도 정부와 세속주의자들의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