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백혈병 혜란이를 위한 ‘나홀로 졸업식’… 항암치료 때문에 참석 못하게 되자 앞당겨 석별의 정 나눠
입력 2013-02-06 19:38
“혜란아, 빨리 나아. 졸업 축하해.”
5일 경기도 군포 화산초등학교에서 단 한 명을 위한 특별한 졸업식이 열렸다. 주인공은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을 앓고 있는 주혜란(12)양. 혜란이는 지난해 10월 병이 발견돼 항암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7차까지 이어질 항암치료 과정 중 현재 2차 치료를 받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치료를 받으며 학교에 갈 수 없었던 혜란이는 지난해 10월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에 ‘전교생에게 간식을 나눠주고 싶다’는 소원을 신청했다. 병을 앓기 전 혜란이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자신이 가진 것도 스스럼없이 친구에게 나눠주던 마음 따뜻한 소녀였다.
혜란이의 소원을 접수한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자원봉사자들이 소원을 이뤄주는 천사가 돼 주기적으로 혜란이의 집과 병원을 방문하면서 소원 성취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그러던 중 봉사자들은 혜란이가 곧 3차 항암치료에 들어가게 돼 15일 열리는 졸업식에 참석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소식을 들은 재단은 학교 측의 도움을 받아 혜란이를 위한 특별한 졸업식을 앞당겨 마련했다.
대학생 봉사자들은 직접 준비한 전교생 450여명분의 간식과 햄버거 등을 준비해 나눠주며 혜란이가 소원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왔다. 혜란이도 후배들에게 자신의 이름이 쓰인 선물상자를 나눠줬다. 선물상자에는 봉사자들이 만든 ‘그동안 즐거웠고 앞으로도 연락하고 지내자’는 문구를 새긴 스티커도 붙었다.
이날 오전 10시20분 6학년 학생들이 모두 모인 학교 강당에서 혜란이를 위한 졸업식이 열렸다. 친구들은 혜란이와 함께 레크리에이션을 하고 마술쇼도 관람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문희 화산초 교장은 졸업장을 수여하며 “병을 이겨내고 중학교에서 가서도 학교와 친구를 사랑하는 모범적인 친구가 되어 달라”고 격려했다. 혜란이의 담임교사와 같은 반 친구들은 미리 준비한 영상편지와 선물을 전달하며 졸업을 축하했다.
혜란이는 6학년 반 아이들과 한 명 한 명 포옹을 나누며 졸업 인사를 했다. 혜란이의 어머니 오지은(35)씨는 “혜란이가 1시간 이상 외출하면 힘들어했는데 오늘 너무 활기차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참 감사하다”며 울먹였다.
혜란이는 “병원에서 치료받는 동안 학교와 친구들이 가장 그리웠는데 전교생과 함께한 오늘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