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화변호인단 꾸린 유통 오너들… ‘국회 불출석’ 무죄 주장하다 재판 회부에 화들짝
입력 2013-02-06 21:25
국회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 정용진(44)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 유통 재벌 오너들이 전관 출신 변호사 등이 포함된 거물급 변호인단을 꾸린 것으로 확인됐다.
6일 법원 등에 따르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정식재판에 넘겨진 정 부회장과 정유경(40) 신세계 부사장 남매는 법무법인 태평양에 변호를 맡겼다. 같은 혐의로 정식재판을 받게 된 신동빈(57) 롯데그룹 회장과 정지선(40)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도 각각 법무법인 광장과 김앤장을 선임했다. 김앤장과 광장, 태평양은 국내 3대 로펌이다.
사건을 맡은 변호사들의 경력은 화려하다. 정 부회장 남매의 변호를 맡은 태평양 측에서는 광주지검장을 지낸 성영훈 변호사를 비롯해 판·검사 출신 변호사 등을 내세웠다. 신 회장을 변호하게 된 광장에서는 부산지검장과 대검찰청 차장을 지낸 박용석 변호사를 변호인 명단에 올렸다. 정 회장도 순천지청장 출신인 이동호 변호사를 선임했다. 선임된 변호인 대부분이 검찰 간부 출신 거물급 전관 변호사들이다.
법조계에서는 대형 로펌의 검사장급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려면 통상 억대의 수임료가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죄를 주장했던 4명의 유통 재벌 오너들은 지난달 14일 약식기소되면서 검찰이 매긴 벌금 400만∼700만원에 비하면 수십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변호사 비용으로 쓰게 된 셈이다.
앞서 이들은 수사 단계에서 “정당한 이유가 있어 국회에 출석하지 못한 것”이라며 ‘억울함’을 주장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수사기록을 보면 피고인들이 무죄를 주장하고 있어 법정에서 유·무죄를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며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이를 두고 괜히 무죄를 주장했다가 일을 크게 만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약식기소 단계부터 변호사를 선임했던 신 회장이나 정 회장과 달리 신세계 정 부회장 남매는 정식재판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변호사 선임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신 회장과 정 회장은 애초부터 ‘무죄’를 강하게 주장했지만 정 부회장 남매는 벌금만 내는 선에서 끝내려 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재벌들은 벌금 몇 백만원을 내는 선에서 국회의 증인 출석 요구에 불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해당 법률은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벌금형에 그친다. 2011년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11년 6월까지 국회 증언·감정 불출석 혐의 등으로 고발된 211건의 사례 중 정식재판으로 이어진 것은 23건에 불과했고, 정식재판에서도도 징역·금고형 선고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